로랑 그라소는 빛과 전기 에너지, 전파 등 눈에 보이지 않은 요소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그는 과학적 요소가 초자연적 활동에 접목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인간과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기록해 작품으로 제작했다. 또한 영화나 미술사에서 발췌한 이미지를 비디오 조각 회화 드로잉에 활용했다. 그의 대표작인 <새들>은 로마의 황혼녘에 찍은 새 떼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공포영화 <새들>에 대한 오마주이다. 이 작품은 바티칸의 하늘에 수놓아진 새들의 움직임을 담는데, 수백 수천 마리의 새들은 마치 한 명이 조종이라도 하듯 동일하게 움직인다. 그의 영상은 실제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이롭다. <프로젝션 2003~5>는 파리 거리에 갑자기 나타난 구름을 묘사하는데, 관객은 작품을 보면서 실제로 구름에 덮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온에어>는 독수리 머리에 카메라를 장착하여 아랍에미레이트에 있는 군사시설을 항공 촬영한 작품으로, 그 지역의 전통적인 매 사냥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현대 스파이 기술을 보여 준다. 그라소는 퐁피두센터, 팔레드도쿄, 허쉬혼미술관, 생루이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제9회 샤르자비엔날레, 마니페스타8 등에 참여했다. 2008년 마르셀뒤샹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는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오늘의 프랑스미술>전, 2010년 삼성미술관 리움의 <미래의 기억들>전, 2004년, 2008년 부산비엔날레에 소개되었다.
* 이 기사는 2013년 1월호 특집 「What is Contemporary Art?」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