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필로티 리스트는 다채로운 색채의 영상, 음악과 텍스트가 특별히 고안된 설치 공간에서 상영하여 관객이 오감을 이용해 작품을 경험하도록 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8mm 필름을 이용해 젠더, 섹슈얼리티, 인간의 몸을 주요 테마로 다루는 리스트의 작품은 모티프와 색채가 일치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월경이나 출산 등 여성의 신체를 테마로 한 작업으로 페미니스트적인 측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리스트는 대중문화의 상업성, 고급문화의 남성적 엄숙함을 풍자하는 동시에 억압되지 않은 자유로운 신체를 갈망한다. 그의 대표작인 <피켈포르노>는 어안렌즈 카메라를 이용해 애정 행위를 하는 커플의 육체를 촬영한 것으로 유방과 꽃, 음모와 하늘 등 육체와 자연을 독특한 색채와 구도로 구성한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높고 넓은 천장에 두 나체의 여성과 자연 풍경을 관능적으로 담은 영상으로, 관객이 바닥에 누워서 관람하도록 한 대작이다. 199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프레미오2000상을, 2009년 호안미로상, 제27회 마이애미국제필름페스티벌 커팅에지상을 수상했다. 2012년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 이 기사는 2013년 1월호 특집 「What is Contemporary Art?」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