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모토 히로시는 1970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디자인을 배운 뒤, 1974년에 뉴욕으로 이주해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30여 년간 흑백필름으로 사물을 포착하고 현상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스기모토는 20여 년 동안 세계 각지를 찾아가 150여 점의 ‘바다 풍경’을 찍었다. 1975년부터 2001년까지는 미국에 있는 여러 종류의 극장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흐르는 시간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표현하고자 한 그는 빛으로 가득한 스크린을 화면에 담았다. 이 외에도 검은 바탕에 극적인 조명을 사용해 중세의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포즈를 한 밀랍인형의 포트레이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바다풍경 극장 디오라마 건축 밀랍인형 등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시리즈를 통해 독자적 스타일을 구축했고, 사진과 시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토대로 기억과 현실, 실제와 과거 사이의 간극을 탐구한다. ‘있는 그대로의 것’을 전달하는 통로로 사진 매체를 이용해 온 작가는 정보 미디어 사회에서 모든 것이 상품가치로 대체된 상황의 상실감을 사진으로 표현한다. 그의 사진은 ‘잃어버린 순수함’을 일관되게 탐구하며, 하나의 ‘레퀴엠’으로 기능한다. 2001년 요코하마트리엔날레에 참여했고, 쿤스트할레바젤, 뉴욕현대미술관,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 모리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1988년 마이니치예술상, 2001년 핫셀브라드상, 2009년 다카마츠노미야기념국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 이 기사는 2013년 1월호 특집 「What is Contemporary Art?」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