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는 블라인드를 사용한 다채롭고 공감각적인 설치 작품으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넘나드는 공간을 창출한다. 개인적 감성에서 출발한 다양한 서사와 개별적인 초상은 직관적이고, 존재에 관한 질문과 연구 사이의 균형을 담는다. 그는 일상 생활에서 발굴한 재료를 사용해 기존의 서사 구조로부터 작업을 해방시키는 추상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한다. 2006년에 열린 국내 첫 개인전 <사동 30번지>에서 1970년대 전형적인 형태의 가옥이자 자신의 외할머니가 살던 ‘인천시 사동 30번지’에 있는 폐가를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색종이로 접어 만든 기하학 형태의 모형이나, 전구, 조명, 천을 덧씌운 빨래건조대 같은 사물을 설치했다. 세계 각지에서 전시된 후 돌아온 작업들을 포장도 풀지 않은 채 한데 모아 또 다른 설치 작품으로 제시한 <창고 피스>, 베를린과 서울 주거지의 가전제품를 활용한 <쌍과 짝> 등 그의 작품은 일상과 미술, 전시와 관객, 제도 비평의 의미를 갖는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아르세날레와 한국관 대표 작가로 동시에 참여했다. 2012년 카셀도쿠멘타에 참여했다. 2013년 노르웨이 베르겐쿤스트할, 글래스고 조각 스튜디오, 영국 런던에 소재한 파라솔 유닛(Parasol Unit) 스트라스부르그에서 각각 개인전을 예정 중이다. 독일 《캐피탈》지에서 ‘세계 100대 미디어 설치미술가’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인 미술기관 및 매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이 기사는 2013년 1월호 특집 「What is Contemporary Art?」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