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drick Brackens
<Flying Geese> 면, 아크릴 실 248.9×228.6cm 2020
디드릭 브라켄스는 흑인 퀴어의 삶과 정체성을 태피스트리로 직조한다. 서아프리카의 전통 직물 공예,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퀼트 문화, 플랑드르 태피스트리 기법을 결합해 억압과 해방, 상실과 치유의 역사를 엮는다. 브라켄스 작품의 시그니처 요소는 ‘실루엣’이다. 인물과 장면이 특정되지 않도록 피사체를 그림자로 표현한다. 언뜻 기호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흑인 공동체와 퀴어 커뮤니티의 결속을 다지는 비밀스러운 암호이자, 감상자가 자신의 경험과 정서를 자유롭게 투영하는 포털이다. 브라켄스가 태피스트리를 주매체로 선택한 데에는 재료에 담긴 역사가 있다. 흑인의 역사에서 패브릭은 노예제와 노동 착취를 상징한다. 작가는 한 올 한 올 천을 엮으면서 지난 상처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선대가 겪은 고통을 위로하는 동시에 이를 저항의 이미지로 전유한다. “내게 패브릭을 손으로 엮는 작업은, 나보다 앞서 이 재료를 다루었던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다.” 1989년 멕시아 출생. 노스택사스대 학사 및 캘리포니아컬리지오브아트 석사 졸업. VSF 서울(2022), 위치토 울리히미술관(2017), 로스앤젤레스 스티브터너갤러리(2016), 댈러스 컨듀잇갤러리(2015) 등에서 개인전 개최.
* 이 기사는 2025년 3월호 특집 「Super Nova★」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