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위안은 동시대의 쓸쓸한 감각을 포착한다. 작가의 그림에는 묘한 분위기의 인물이 등장한다. 뒷모습, 그림자, 실루엣으로 익명성을 강조하거나, 아슬아슬한 발끝, 거울에 비친 손가락, 클로즈업된 눈으로 일인칭 시점을 재편집한다. 인물을 마치 정물처럼 단단한 형태로 묘사하는 반면, 배경은 쓱쓱 쓸어내리는 붓질로 거칠게 표현한다. 외부 환경과 내면의 심리 사이에 생기는 격차를 회화의 텍스처로 드러낸다. 유리 회화의 또 다른 특징은 ‘거리감’이다. 바로 눈앞의 근거리부터 인물이 개미처럼 보이는 원거리를 자유자재로 교차해 자아와 타자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을 형상화한다. 작가는 관찰과 상상을 결합해 ‘인간의 존재론’으로 깊이 파고든다. 1996년 하얼빈 출생. 시카고예술대 학사 및 컬럼비아대 석사 졸업. 뉴욕 알렉산더베르그루엔갤러리(2025, 2022, 2021), 로스앤젤레스 메이크룸갤러리(2023, 2022, 2021) 등에서 개인전 개최. <Holiday>(뉴욕 하퍼스갤러리 2024), <Liquid Memory>(홍콩 빌팽 2024), 베를린 하베르캄프리스텐슈타이너(2023), <Machines of Desire>(시몬리갤러리 런던 2022) 등의 단체전 참여.

* 이 기사는 2025년 3월호 특집 「Super Nova★」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