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In between 4 (AR)> 캔버스에 아크릴릭 125×100cm 2025
김은정의 작업은 물질과 비물질, 회화적 표면과 디지털 투영, 기억과 가능성, 그 경계 사이에서 팽창하고 수축하며 긴장을 형성하는 공간 속에 존재한다. 작가는 완전히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이른바 ‘부유하는 형태’에 대한 사유에서 작업을 출발한다. 이 형태들은 언제나 움직임 속에 있으며, 완성된 상태보다는 생성 중인 흐름으로 존재한다. 회화는 작가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가는 회화의 경계로부터 증강 현실과 가상 현실로 확장해 왔고, 이 혼성적 공간 안에서 스스로 묻는다.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부유할 때, 형태란 과연 무엇인가? 신체가 더 이상 유일한 기준점이 아닐 때, 감각은 어디에 기반하는가? 작업의 제목인 <In Between>과 <Floating>은 단지 작업 그 자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곧 작가 자신의 서사이기도 하다. 독일에 거주하며 한국인 작가로 살아가는 김은정은 문화적, 언어적, 시각적 경계들 사이를 끊임없이 떠돈다. 그의 예술은 이처럼 충돌하는 모순들을 해결하거나 조율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긴장을 온전히 끌어안고, 그 안에서 사유와 감각을 지속하는 시도이다.
* 이 기사는 2025년 8월호 특집 「키아프 & 프리즈 하이라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