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철
1946년생 한국
2025 / 08 / 14
<Mumool 24-7> 캔버스에 아크릴릭 132×582cm 2024

최상철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려지도록’ 작가의 인위적 욕심을 줄이고자, 붓이라는 전통적인 화구 대신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수집하고 제작한다. 그는 기하학적 추상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초월적인 차원을 추구하거나 반미학의 맥락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일체의 의도를 배제한다. 그에게 회화는 더 이상 재현이나 표현이라는 방식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가치를 담아내는 수단이 아니다. 중력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천 번의 돌 굴리기를 반복하는 그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만을 마련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축소한다. 그의 회화는 아방가르드의 저항이 아니라 자연에의 순응이며, 작업 과정에서 작가로서의 욕심과 내면을 지우고 비운다. 이처럼 작가의 역할을 겸허하게 최소화하여 그림 본연의 힘을 되찾고자 한 그의 작품은 현대회화의 새로운 기능을 모색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 이 기사는 2025년 8월호 특집 「키아프 & 프리즈 하이라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

최상철 •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