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국원(1976년생)은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경계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삶과 죽음, 존재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품어왔다. 화면 속 환상의 세계는 현실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그 너머를 사유하게 하는 심리적 공간이다. 작가는 동화가 지닌 아름다운 외피 이면에 숨겨진 모습에 주목해,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고 철학과 종교,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다. 그의 화면에는 아이와 동물, 사랑과 상실, 아름다움과 죽음이 대립하지 않고 공존하며 독특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초기작에서 화면을 거칠게 긁어내는 제스처로 불안정한 자아와 원초적인 감정을 드러냈다면, 이후에는 두터운 임파스토와 풍부한 마티에르를 바탕으로 더 밀도 있고 안정된 회화 언어를 구축했다. 잔혹 동화를 연상시키는 공간과 화면 곳곳에 흩어진 텍스트는 강렬한 색채와 결합해 팝아트와 서사 회화, 인물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우국원만의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완성한다. 신작 <Le avventure di Pinocchio>(2026)는 이러한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나무 인형이 끝내 진짜 인간이 되기를 꿈꾸는 피노키오의 이야기는, 본래 순수한 모험담이라기보다 유혹과 처벌, 성장과 상실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성장 서사에 가깝다. 우국원은 이 익숙한 동화를 다시 불러와 두터운 임파스토와 강렬한 색채 속에 새롭게 재구성하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문장과 상징적 이미지들을 통해 동화의 순수한 외피 아래 감춰진 불안과 폭력성, 그리고 성장의 대가를 드러낸다. 나무 인형이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은 거짓과 진실, 순수와 욕망, 아이와 어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끊임없이 오가는 여정이며, 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존재론적 질문과 깊이 맞닿아 있다. 결국 <Le avventure di Pinocchio>는 단순히 고전 동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 작품이 아니라, 존재란 무엇이며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만들어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은유로 읽힌다. 피노키오는 더 이상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 불완전함과 모순, 거짓과 상처를 통과하며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완성해 가는 우리 자신의 초상이 된다.
* 이 기사는 2026년 8월호 특집 「키아프 & 프리즈 하이라이트」 탕컨템포러리아트(Frieze C25)에 게재되었습니다.
우국원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제32회 중앙미술대전에서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9년부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해 왔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코오롱,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CCC 그룹 등 주요 기관과 기업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우국원의 작업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생과 사, 존재에 대한 질문에 직면해 왔고, 그로 인해 상상 속 서사에서 위안을 찾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그는 아름다운 동화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을 발견했고, 이것이 철학적 ·종교적 주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의 작품에서 ‘아름다움’, ‘아이’, ‘최고’라는 키워드는 ‘죽음’이라는 모티프와 얽혀있으며, 순수함과 죽음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그는 이를 통해 동화에서 진리를, 철학에서 유머를, 성서에서 자유를 찾아낸다.
* 이 기사는 2025년 8월호 특집 「키아프 & 프리즈 하이라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