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kun Yeh
<Back and Forth I> 동양화 구아슈, 은박, 캔버스, 실크 직물 30×42cm 2024
타오위안에서 태어난 예 런쿤은 채색화에 금속박을 결합하는 기법에 능숙하며, 작품에는 대부분 은박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추상적인 은색 선은 얼핏 보면 단순한 장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파대가리’라 불리는 들풀을 위에서 내려다본 윤곽에서 비롯한 것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관람자가 단번에 그것이 풀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때때로 풀을 내려다보면, 그것이 얼마나 비범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풀은 생명력이 매우 강해서, 봄이면 예상치 못한 구석에서 새싹을 틔우곤 한다. 그 놀라움은 생명의 순환이 단지 닫힌 고리가 아니라, 다방면으로 나아가는 가능성으로 가득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예 런쿤의 작품에는 종종 피코크블루가 배경색으로 사용된다. 그는 입자의 굵기와 색조가 미묘하게 다른 15개의 청색 계열 광물 안료를 써 낮과 밤이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을 구현한다. 각 작품의 배경은 이러한 순간의 변화무쌍함을 담아내기 위해, 안료를 점성 있는 물질에 혼합한 후 한 겹 한 겹 50회 이상의 얇은 층으로 덧칠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완성된다. 이처럼 극도의 인내심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기법은 그가 매체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작품에 내재한 고요함과 강인함을 전달한다. 작가는 2019년 일본 아트 올림피아에서 가작을 수상한 바 있다.
* 이 기사는 2025년 8월호 특집 「키아프 & 프리즈 하이라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