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치우는남자> 캔버스에 유채, 주문지 91×73cm 2024
김지용은 납작한 캔버스에서 공간과 볼륨을 찾아 끊임없이 고군분투한다. ‘가족사진’이라는 레퍼런스에서 출발하지만, 그의 회화는 대상을 한 시점에 고정하거나 어떻게 재현할지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입체파 화가가 그랬듯 대상을 한 번에 보여주기보다 쪼개고, 겹치고, 재배열하는 데 집중한다. 화면 속 인물과 배경은 자연스러운 원근을 거부한 채 큐브와 원통 같은 기하학적 형태로 환원된다. 마치 미완성의 조각이나 구겨진 상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감을 긁어내고 다시 덧칠하는 과정으로 회화적 제스처를 전면에 드러낸다. 제거와 축적이 동시에 작동하며 손의 방향과 움직임, 시선의 이동을 겹겹이 남긴다. 작가의 아버지를 몇 달간 작업실로 불러낸 <레플리카> 시리즈는 이러한 태도가 응축된 작업이다. 완성된 한 점의 회화를 다시 분해해 연작으로 제작했다. ‘아버지를 그린 그림’이라는 본질은 그대로지만, 서로 다른 구도와 크기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작가는 원본과 복사본,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끈질기게 탐색한다. 세종대 패션디자인학과, 회화과 학사 및 동대학원 한국화 석사 졸업. 이아(2024), 트라아트(2022), 이목화랑(2021) 등에서 개인전 개최.
* 이 기사는 2026년 1월호 특집 「Rising Power 36」에 게재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