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1993년생 한국
2026 / 01 / 06
<진리> 하우스 랩에 스카치테이프 가변크기 2024

김문기는 스스로 설정한 ‘가난한 조각의 원칙’을 따른다. 그가 ‘스냅 조각’이라 부르는 작품은 종이, 휴지, 포장용 테이프 등 값싸고 연약한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운송과 보관의 편리함을 위해 꼬깃꼬깃 접혀 배낭 속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균열은 되돌릴 수 없는 흔적으로 남고, 조각의 표면은 매끈한 물성 대신 스카치테이프로 간신히 유지된 상태에 머문다. 이 같은 작업 태도는 <진리>(2024)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방 하나를 채울 만큼 거대한 몸체를 지녔지만, 내부는 텅 비어있으며 종이와 테이프가 구조를 위태롭게 지탱한다. 또 <타바스코 시리즈>(2024)에서는 노란 포스트잇을 수제비 반죽처럼 뭉치고 쌓아 순간접착제로 고정했다. 일시적 접착을 위한 재료들이 그 원형을 잃고 서로 엉겨 붙어 또 다른 형태를 이룬다. 전통조각이 추구해 온 완결성과 달리, 김문기의 조각은 현실의 조건에 따라 언제든 해체되고 변형될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다. 울산대 조소과 학사 졸업. 얼터사이드(2021)에서 개인전 개최. <인공눈물>(뮤지엄헤드 2025), <예술사회학을 지나야 예술철학이 나온다>(서울대학교미술관 2023), <점멸하는 집>(인사미술공간 2021) 등 단체전 참여.

* 이 기사는 2026년 1월호 특집 「Rising Power 36」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