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칠
<우의적 형식-XII> 캔버스에 유채 145×113cm 1978
권훈칠(1948-2004)의 초기 연작 <우의적 형식>은 훗날 만다라로 이어지는 회화적 탐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화면 중심에 자리한 삼각형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상이 아니라 화면 전체를 지탱하는 질서이자 영적 중심축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작가의 관심은 형상의 상징성보다 그 내부를 채우는 세밀한 흔적과 표면의 촉각적 리듬에 있다. 캔버스에 한지를 덧대고 채색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화면은 한지의 결을 따라 물감이 스며들며 다양한 밀도와 깊이를 형성한다. 이러한 번짐과 침투는 재료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회화적 사건이며, 작가의 의도와 물질의 성질이 만나는 지점이 된다. 안정된 삼각 구도 안에서 유동적인 표면이 공존하면서 기하학적 질서와 물질적 우연성이 교차한다. 이는 이후 권훈칠 회화의 중요한 토대를 이뤄왔다.
* 이 기사는 2026년 8월호 특집 「키아프 & 프리즈 하이라이트」 갤러리도올(Kiaf A28)에 게재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