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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우주로!

미국조각가삭스,미술기관3곳에서한국개인전

2022/07/08

6월 21일, 전남 고흥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로켓 ‘누리호’가 창공을 향해 발사됐다. 같은 날 서울, 우연찮게도 우주여행을 꿈꾸는 미술가의 개인전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그 주인공은 ‘브리콜라주 조각가’ 톰 삭스(Tom Sachs). 아트선재센터, 하이브인사이트, 타데우스로팍 서울에서 그의 ‘한국 최초 개인전’이 동시에 펼쳐졌다. 투박한 손맛의 조각으로 동시대 자본주의와 소비 사회를 관통하는 톰 삭스의 예술세계를 조망한다.

전시를 살펴보기 전에, 그의 주요 기법인 브리콜라주(bricolage)를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본래 브리콜라주는 불어로 ‘수리’라는 뜻이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이를 전유해, 전문 지식과 정확한 설계로 물건을 만드는 ‘엔지니어’에 대비되는 원시 사회의 장인 ‘브리콜뢰르 (bricoleur)’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신소재와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대 산업 사회에 역행해, 제한된 자원과 도구만을 동원하는 톰 삭스를 21세기형 브리콜뢰르라 부를 수 있을까. 작가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아이폰은 너무나 매끈하고 세련됐다. 나는 아이폰을 만들 수 없지만, 애플도 결코 내 작품을 따라할 순 없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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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Changeling>캔버스에합성고분자,크링크페인트182.88×152.4cm 2022_작가가설립한‘로켓팩토리’에서발행,조립된NFT로켓을캔버스에옮겼다.로켓의하단에화염이그려진작품은실제로만들어져발사까지완료했다는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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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y’sSuit>합판,철제구조물혼합재료177.8×177.8×361.9cm2019

더불어 그는 자신의 조각가 정체성을 특별히 강조한다. “내 작품엔 세 가지 요소가 반드시 들어있다. 정신성(spirituality), 관능성(sensuality), 사물(stuff). 난 조각가이기 때문에 사물을 가장 중심에 둔다.” 그에겐 부품과 재료도, 스튜디오 스태프와 맞춘 미항공우주국(이하 NASA) 레트로 유니폼도, 심지어 자신의 몸도 사물이자 조각이다. 그는 모든 작품에 고유 번호를 붙이는데, 고유 번호 ‘s/n: 2007.153’을 아랫입술 안쪽에 타투로 새겼다. 그는 2007년에 153번째로 제작된 작품인 셈. 한편 그의 가장 유명한 조각은 나이키와의 협업 스니커즈 ‘마스야드’. “화성의 척박한 대지로부터 인간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자, 리셀가 1,000만 원을 호가하는 ‘한정판’ 상품이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그의 작품을 떠올려 보면, 조금은 의뭉스러운 행보다. 그는 이에 “소비 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서는, 그것을 비평할 수도 없다”라고 응수한다.

브리콜라주, 소비 사회를 비평하다

뉴욕 출신의 삭스는 젊은 시절, 미술을 배우기 위해 런던으로 건너갔다. “나는 런던 건축협회건축학교에 입학해, 조각가 리처드 웬트워스에게 처음 브리콜라주를 배웠다. 그는 yBa의 스승이기도 하다.” 하지만 삭스는 이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 “이대로 예술가가 된다면 뻔한 부르주아의 삶을 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 발로 걷어차 버렸다!” 뉴욕으로 돌아온 삭스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몬드리안의 그림에 빠져들었다. 너무나도 갖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던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몬드리안을 갖기로 마음먹는다. 첫 개인전 <Cultural Prosthetics>(1995)의 출품작 <What Am I Doing With My Life?>는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는 대신, 합판에 은빛 덕트 테이프를 붙여 몬드리안의 사각 그리드를 표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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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nkey>혼합재료34.9×124.5×86.3cm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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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ru'sYardstyle>혼합재료63.5×61×134.6cm1999

다시 2022년 서울로 돌아와서, 하이브인사이트의 <붐박스 회고전>(6. 22~9. 11)부터 둘러보자. 전시장은 “귀를 위한 조각” 붐박스 작업 13점을 소개한다. 최근작 <Big Pink>(2020)를 중심으로 연결된 붐박스들은, 삭스가 직접 엄선한 팝 음악을 전시장 전체에 울려 퍼트린다. 턴테이블과 스피커, 앰프를 층층이 쌓은 <Guru’s Yardstyle>(1999)은 그의 첫 붐박스로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틀 수 있도록 바퀴와 우산이 달려있다. DJ이기도 한 삭스는 이 작품으로 동료들과 야외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엔 이 커다란 붐박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거리에 나서면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었다. 이 즉흥 공연은 일종의 제의(ritual)이기도 했다.”라고 과거의 뉴욕을 회상한다. 또 “모든 팝은 흑인 음악에서 기원한다. 사람들은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예술가’로 피카소를 꼽지만, 내 생각엔 루이 암스트롱이다. 그의 거친 목소리야말로 최고의 브리콜라주다.”라면서, 갑자기 암스트롱 버전의 <La Vie en Rose>를 틀곤 한껏 심취했다.

아트선재센터 개인전의 제목은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6. 22~8. 7). <스페이스 프로그램>(2007~)은 1960~70년대 NASA의 우주 탐사 계획을 합판과 나사못, 테이프 재료로 만든 ‘DIY 홈메이드’ 버전이다. 서울의 다섯 번째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우주인 교육장’. 물론 진짜 우주인을 육성하진 않는다. 삭스의 진짜 속내는 자신의 세계관을 관객에게 ‘세뇌(indoctrine)’하는 일이다. 2층 전시장은 우주여행의 전체 과정을 축소 재현한 디오라마 작품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간담회 도중 연기를 내뿜고(<Launch>(2010)), 엔진 노즐에 불이 붙는(<Ignition>(2007~10)) 작품을 시연해 우주여행의 환상을 자극했다. 3층 전시장에서는 본격 세뇌를 시도한다. 관객이 스튜디오의 제작 원칙에 따라 부품을 분류하는 시험에 통과하면 멤버로 인정하는 ‘ID 카드’를 발급한다. 시험에 떨어지면 지하층 <재교육센터>에서 그의 영상을 관람해야 재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타데우스로팍 서울의 <로켓 팩토리 페인팅>(6. 25~8. 20)은 NFT와 접목한 신작 회화 14점을 소개한다. 그는 2021년 설립한 ‘로켓 팩토리’에서 로켓의 머리, 몸통, 꼬리 NFT를 각 1,000개씩 발행했다. 그의 로켓 NFT는 샤넬, 나이키, 버드와이저 등 30가지 브랜드 로고와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데, 동일한 브랜드로 조립하면 ‘완벽한 로켓(perfect rocket)’, 서로 다른 브랜드로 조립하면 ‘프랑켄 로켓(franken rocket)’이 된다. 완성된 NFT 로켓은 실제 로켓으로 제작, 발사되고 그 장면은 영상으로 기록된다. 이 영상은 NFT를 구매, 조립한 ‘팩토리 커뮤니티’의 일원에게 보내진다. 삭스는 이 전체 과정을 “가상 공간과 실제 세계를 순환하는 연결 고리”로 간주한다. 또 “NFT야말로 인간을 다른 세계로 연결하는 유일무이한 통로”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에게 우주는 너무나도 멀지만, 그나마 손에 잡힐 것 같은 유일무이한 ‘다른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가 우주 탐사를 상상만 했다면 공상가에 머물렀을 테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본을 끌어모았다면 일론 머스크 같은 사업가가 되었을 테다. 하지만 그는 예술가이기에, 이 맹랑한 이야기를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 세상엔 예술가만한 ‘이야기꾼’도 없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우주로 가야 할 사람은 예술가다!” / 조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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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스/1966년뉴욕출생.런던건축협회건축학교,버몬트주베닝턴대학에서수학.도쿄오페라시티아트갤러리(2019),뉴욕브루클린미술관(2016),밀라노폰다치오네프라다다양한미술기관에서개인전개최.<WasteArt>(빈쿤스틀러하우스2021),<MuseumofStones>(뉴욕노구치미술관2015),리옹비엔날레(2013)단체전참여.뉴욕구겐하임미술관,파리퐁피두센터,오슬로아스트루프펀리현대미술관등에서작품소장.현재뉴욕에거주하며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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