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곰리는 자신의 몸을 직접 캐스팅한 신체 조각을 제작해 왔다. 그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고고학, 문화인류학, 미술사를 전공한 뒤 인도와 스리랑카에 건너가서 불교를 공부하며, 3년간 전문적인 명상 훈련을 했다. 그는 자신의 조각상을 대자연에 설치해 자연과 인간이 가지는 불가분의 관계를 상기시키고, 바닷가나 도심 같이 대중에게 열려 있는 공공장소에 인물상을 세워 관객이 작품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인간 존재’라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는 곰리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이다. 대표작은 영국 북동부 게이츠헤드에 설치한 높이 20m, 폭 54m, 무게 100톤에 해당하는 초대형 조각 <북방의 천사>이다. 탄광촌의 쇠락으로 잊혀 가던 소도시를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변신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공공미술의 역사를 다시 쓴 작품으로 평가된다. 2009년에는 런던의 트라팔가광장에서 <네 번째 좌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작품은 2005년부터 160년간 비어 있던 광장의 좌대 위에 현대미술 작품을 세우는 것으로, 공개 모집에 응한 일반인이 1시간씩 주춧돌 위에 조각상처럼 서 있는 퍼포먼스를 진행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1987년 카셀도쿠멘타, 2006년 시드니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화이트채플갤러리, 아이리쉬현대미술관, 테이트갤러리, 헤이워드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1994년 터너상을 수상했고, 1999년 시각예술 부문 사우스뱅크상을 받았다.
* 이 기사는 2013년 1월호 특집 「What is Contemporary Art?」에 게재되었습니다.
안토니 곰리는 인간 신체를 매개로 조각 언어를 확장해 왔다. 그의 작업은 인간의 신체와 공간 사이의 본질적인 관계를 탐구하면서, 인간이 구축한 환경이 다시 우리의 사고와 감정, 존재 방식을 규정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곰리에게 신체는 단순한 조형 대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출발점이자 ‘최초의 거처’이며, 건축은 인간이 거주하고 의존하는 ‘두 번째 신체’로 간주된다. 그는 자신의 신체뿐 아니라 타인의 신체를 비판적으로 개입시켜 조각의 잠재성을 확장하고, 인간 존재가 자연과 우주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성찰한다. 곰리는 물리 구조와 인간 내면의 상태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성에 주목하며, 공간에 내재된 심리적 밀도와 정서적 긴장감을 시각화한다. 그는 조각을 통해 ‘신체 안에서 존재한다’라는 의미를 재고하면서, 이를 새로운 인식과 존재 가능성이 열리는 지각의 장으로 제시한다. 곰리의 서울 첫 개인전은 타데우스로팍과 화이트큐브의 공동 기획으로 오는 9월 양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 이 기사는 2025년 8월호 특집 「키아프 & 프리즈 하이라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