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노 세갈은 자신의 작품을 퍼포먼스가 아니라 ‘설정된 상황(staged situations)’이라 설명한다. 그의 작품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무대 삼아 펼쳐지며, 작가가 아니라 ‘해석자(interpreters)’라 일컬어지는 훈련된 참여자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관객이나 미술관 보안요원으로 위장해 있다가 전시장을 찾은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노래를 부르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취한다. 그는 사진, 영상, 도록 등 일체의 작품 기록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가 구성한 무형의 행위는 관객의 경험과 기억으로만 남는다. 대학에서 정치 경제학과 무용을 공부한 그는 현대무용가 제롬 벨과 자베에 르 로이를 만나면서 안무가로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미술계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미술사의 주요 작품을 인용하거나, 현대미술의 제도적 조건을 빗댄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며 두각을 나타낸다. 텅 빈 미술관에 관람객이 등장하면 미술관 보안요원이 갑자기 ‘이것은 매우 컨템포러리하다’라고 즐겁게 소리 치며 춤을 추는 <This is So Contemporary>, 두 남녀 무용수가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에 등장하는 키스 동작을 취하는 <Kiss> 등 그의 작품은 간단한 동작과 제목이자 참여자의 대사 역할을 하는 짧은 문장으로 구성된다. 2010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5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열린 회고전에서 그는 미술관 원형홀을 미장센 삼아 모든 작품을 철거했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최연소로 독일관의 대표작가로 선정됐다. 한국에는 플랫폼 2008, 2010년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2010년 광주비엔날레,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MOVE_1960년대 이후의 미술과 무용>전 등에 소개됐다.
* 이 기사는 2013년 1월호 특집 「What is Contemporary Art?」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