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CULTURE / 2025.05
₩ 15,000한국 추상회화의 기점은 1950년대 후반이다. 해방 공간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새로운 미의식과 조형 이념이 시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추상미술의 발단은 한국 현대미술의 태동과 겹쳐있다. 이 시기 젊은 세대는 적극적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그룹 운동을 전개하고, 집단적인 담론 활동을 펼쳤다. 1957년에는 모던아트협회, 현대미술가협회, 창작미술가협회, 신조형파가 잇따라 조직됐다. 이들은 국전 중심의 아카데미즘을 거부하고, 재현을 벗어난 비정형 화풍을 지향했다. 1960년대 이후 추상미술은 단체의 비전을 넘어 시대적 풍조로 확산했다. 서구의 조형 어법이 이식되는 과정에서 한국 미술계는 정체성 확립과 국제 진출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한국적 앵포르멜과 추상표현주의 등 현대회화 양식을 수용하면서 동시대미술과의 격차를 좁혀 나갔다. 2000년대에는 1970년대 한국의 모노크롬 회화가 ‘단색화’라는 이름으로 국제 무대에 돌풍을 일으켰다. 해외 주요 비엔날레와 아트마켓에 단색화가 진출하면서 한국 미술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 추상회화는 디지털 환경을 배경으로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그 핵심 키워드는 ‘무시간성’이다. 인터넷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는 동시대 추상화가는 시공을 초월해 여러 스타일을 혼합하고, 전통회화의 매체적 조건을 21세기 버전으로 재창안하고 있다. Art는 광복 80년을 맞아 추상회화가 걸어온 도정을 되돌아보고, 내일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집을 기획했다. 먼저, 추상회화의 주역을 선정하는 앙케트를 마련했다. 전문가 80명이 136명의 작가를 추천했다. 이 앙케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다. 또한 두 편의 크리틱으로 한국 추상회화 80년의 시대별 쟁점을 폭넓게 조망한다. 김주원은 20세기 한국 추상미술이 서구 미술의 수용과 모방을 넘어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 과정을 추적한다. 신혜영은 2000년대 국제 아트씬의 ‘좀비 형식주의’를 참조해 한국 추상회화의 최신 경향을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