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소
<무제> 종이에 볼펜, 연필 120×80cm 2020
최병소는 중앙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작가는 1970년대부터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문지 또는 잡지에 일상 재료인 볼펜과 7B 연필로 반복적인 선을 그어 내용을 지워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채우기인 동시에 지워내는 수행적인 작업을 긴 시간 반복해, 헤지고 찢어지고 까맣게 만들어 개념으로 가득했던 종이를 실체 없는 새로운 물질로 재탄생시킨다. 최병소는 선 긋기라는, 일종의 수행적인 비우기와 채우기의 과정을 통해 정신을 물질로 전달하고 평범한 사물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최병소의 작품은 정신성과 신체성으로 물질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한국 실험미술 정신을 대표한다. 신문지와 볼펜, 연필이 서로 흡수되고 발열하여 일체화되는 과정으로 작가는 몸과 정신을 단련하며, 모든 표현 가능성을 배제한 침묵의 숭고를 표현한다.
* 이 기사는 2025년 8월호 특집 「키아프 & 프리즈 하이라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