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Inframince-Encounter>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2×112.1cm 2024
김이수는 오랫동안 뒤샹의 앵프라맹스 개념을 작품으로 구현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화면에 일정한 방향의 붓질로 면과 면을 수십 차례 겹친다. 겹침의 정도에 따라 색채의 농도가 달라지고, 화면에는 미묘한 그러데이션이 일어난다. 단색의 일루전은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선이 겹겹이 쌓인 것이다. 잡힐 듯 말 듯 미세한 차이의 감각이 일어난다. 이 감각을 뒤샹은 앵프라맹스라 불렀다. 앵프라맹스는 ‘아주 얇다’, ‘아주 작다’라는 의미다.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두께, 구분, 간격 등에 적용된다. 시각적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이다. 얇음 이상의 얇음, 너무 얇아서 이미 얇음의 범주 바깥으로 벗어나고만, 얇다는 지각조차 잃어버린 극한의 얇음을 뜻한다. 경계가 분명하지만, 경계라고 말할 수 없는 사태의 알레고리인 것이다. 결국, 앵프라맹스는 ‘사이’의 미학을 추구한다.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경계의 풍경…. 착시와 환각을 불러내는 아우라! 어떤 기호로도 환원될 수 없는 푼크툼! 질료를 초월하여 신비한 것, 성스러운 것, 내면적인 것을 지향하는 숭고의 풍경 같은….
* 이 기사는 2025년 8월호 특집 「키아프 & 프리즈 하이라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