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벽을 넘어 한국 미술사에 김포 화백을 소개한다. 일찍이 뉴욕에 정착해 새로운 추상표현주의를 탐구했고, 자신을 성찰하는 구도(求道)의 자세로 일상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자 했던 김포. 격동의 20세기를 온몸으로 헤쳐온 한국인 이자 조국을 떠나 이국 땅에서 살아야 했던 디아스포라적 삶이 고스란이 담긴 작품을 통해 그가 남겨두고 간 아르카디아로부터의 전갈을 확인해보자.
김포 화백의 본명은 보현(寶鉉). 1955년 교환교수로 미국으로 건너나 1957년부터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제1세대 한인화가다. 그는 한국보다 미국 화단에서 더 큰 명성을 얻고 있다. … 화가 김포는 다국적 예술이 불꽃을 튀기는 뉴욕의 미술계에서 한때 아방가르드의 비옥한 토양에 빨려 들기도 했으며, 또 한때는 동양 불교에서 실천하는 진실을 향한 좌선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해 무아정적의 세밀한 묘사에 몰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포는 원숙한 노년에 이르러 자신의 어린 시절에 잃어버렸던 순수한 꿈을 동경하며, 젊은 시절을 억압했던 구속의 삶, 그 아픈 영혼의 상처에서 벗어나 무한의 자유세계로 날갯짓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디아스포라의 땅에서 감내해야 했던 이방인으로서의 고립을 저 고향의 푸근한 평안으로 씻어가는 파노라마로 펼쳐놓고 있다.
- 김복기
쪽수: 157
발행일: 2010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