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사의 맥을 되짚는 전시가 지역의 주요 미술관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방가르드와 행위미술의 빛나는 유산을 재확인하는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전(대구미술관), 1970~80년대 활동한 4개 그룹을 중심으로 대전미술의 형성과 전개를 집중 조명한 <대전현대미술의 태동-시대정신>전(대전시립미술관), 청주에서 형성된 10개 그룹과 전시장을 다시 들여다보는 <어느 누가 답을 줄 것인가: 1980~1990년대 청주미술>전(청주시립미술관). 세 전시에는 작품을 포함해 수많은 아카이브 자료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신문 사진 브로슈어 포스터 엽서 영상 등의 자료는 또 다른 ‘작품’이자, 미술사의 증거물이며, ‘시대정신’을 읽는 지표다. ‘누구에 의해, 어떤 자료를 통해, 미술사를 써내려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굵고 선명하다. 거대담론과 미시담론 사이에서 가려진 한국미술의 ‘실험정신’을 오늘의 문맥으로 끄집어내는 자리다. 또한 이 전시들은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촉발된 미술활동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수도권 중심으로 기술되는 현대미술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지역 미술관의 ‘지역 정체성 찾기’ 미션이 성공적으로 구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가 공존할 때 비로소 한국현대미술사의 잃어버린 퍼즐을 맞출 수 있으리라. 세 전시는 그 퍼즐을 재구축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Art는 시대상과 현장의 분위기가 담긴 희귀자료를 엄선해 세 전시의 기획자 글과 함께 특집을 꾸렸다. 한국 아방가르드미술의 연구를 위한 또 하나의 ‘아카이브’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