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의 스펙터클, 축제의 가면
몇 해 전 동료가 세계불꽃축제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당시 몰린 인파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다. 그는 상기된 표정과 목소리로 그 규모와 소리를 설명했다. 되려 나는 그 묘사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축제의 현장을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나의 작업 <쾅펑슛!> 프로젝트는 2025년 4월 16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사망한 사진가 파티마 하수나(Fatima Hassouna)로부터 시작했다. 그 죽음으로 인한 허망함과 슬픔은 곧 분노로 바뀌었고, 그 대상은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학살 무기와 기술로 이어졌다. 그 중심엔 한화기업이 있다.
2023년 10월 7일 서울 상공에 불꽃이 터질 때, 팔레스타인 땅에 불꽃이 터졌다. 2024년 10월 5일 서울 상공에 불꽃이 터질 때, 레바논 땅에 불꽃이 터졌다. 서울 상공에 쏘아 올려지는 이 불꽃은 서울세계불꽃축제, 매년 가을 한화가 주최하는 연례행사다. 축제는 사회 공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은 방산 기술을 시연하고 홍보하는 방산 사업의 일환이며, 사업의 일부 자금은 재단 설립을 위해 쓰였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미술계 인사와 인플루언서를 초대해 성공적인 개관을 이뤄냈고, 한화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다수의 예술계 인사들이 아트워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일부 비평가와 학예사들은 이 행보를 조롱했다. 한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화디펜스의 사장을 한화문화재단의 사장으로 임명했다.
나는 <쾅펑슛!>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9월 5일 올해도 어김없이 개최되는 불꽃축제 현장에 직접 들어가기로 했다. 불꽃이 터지는 한강에 보트를 타고 들어가 구조용 조명탄을 터뜨리는 것이다. 조명탄을 터뜨리는 것은 구조를 요청하는 신호다. 화려하고 정밀화된 기술로 쏘아지는 거대한 스케일의 불꽃 아래 약한 고무보트를 타고 표류하는 사람이 터뜨리는 조명탄으로, 불꽃축제 이면엔 구조가 필요하고, 또 필요했던 사람들의 죽음과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새벽 4시에 미리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넘어가 강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루트를 확보했다. 몸을 숨길 만한 풀숲을 찾아 16시간 동안 한강을 바라보며 긴장 상태로 대기해야 했다. 마침내 축제 시간이 다가왔다. 어두워진 한강의 수면 위로는 한강 경찰들이 보트를 타고 수시로 순찰했기에 풀숲에 엎드려 고무보트를 불었다. 카메라 세팅을 끝내고 불꽃이 터지는 순간 경찰의 눈을 피해 한강으로 들어갔다. 빠른 물결에 몇 분을 허우적거리며 자리 잡았을 때 첫 번째 조명탄을 터뜨렸다. 조명탄에서 튀어나온 불꽃들이 고무보트를 태워 바람이 빠지고 물이 들어찼다. 고무보트의 구멍을 대충 수습한 후 바람을 다시 채우고 들어가서 두 번째 조명탄을 터뜨렸다. 배가 침몰할 것 같아 멀리 나가지 못했고, 경찰에게는 발견되지 않았다. 불꽃 축제를 즐기는 인파를 벗어나며 이벤트는 마무리되었다.
그곳에서 여과 없이 바라본 축제의 불꽃은 화려했고, 폭발 소리는 귀를 먹먹하게 했다. 사회 공헌과 문화 발전 기원이라는 명분으로 거대 자본이 만들어 낸 스펙터클은 전쟁과 죽음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폭발하고 흩어지는 불꽃처럼 추상화했다. 비평적 담론을 생산해야 하는 미술관 또한 퐁피두센터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 기업의 사회적 승인을 위한 방패로 전락해 버렸다.
프로젝트에서 다루는 미술, 자본, 방산, 도덕, 축제 등에 대해 첨예한 의견과 대립이 있지만, 이야기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는 예술가의 책임감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사회를 향한 비평적인 담론을 생산해야 하는 미술의 역할에 대한 책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