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젊은 작가전, ‘상상’ 이상의 일상
전통은 인용되는 순간 박제되지만, 번역되는 순간 ‘동시대’가 된다. 피비갤러리에서 일본 회화 그룹전 <Imagination>이 열렸다. 2010년 이후 일본 미술씬의 차세대 주자로 꼽혀온 소메야 유코(1980년생), 미나미타니 리카(1998년생), 오츠키 타쿠야(1989년생), 타카하시 토모히로(1996년생), 토미타 나오키(1983년생) 등 5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회화 24점을 내놓았다. 전시는 현실의 재현을 넘어 그것을 변주하고 재구성하는 회화적 ‘상상(Imagination)’에 주목한다. 꽃과 새, 인물, 인형, 거리 풍경처럼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낯선 이미지로 확장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보여주는 일본 회화의 새로운 흐름은 무엇일까. 다섯 작가의 작업을 나란히 놓으면 또 하나의 공통분모가 보인다. 바로 전통을 오늘의 회화언어로 번역한다는 것. 소메야는 에도시대 대표 화가 이토 자쿠추(伊藤若冲, 1716~1800)와 일본 전통 아카데미즘인 가노파(狩野派)의 먹 기법 ‘스지메가키(筋目描)’를 끌어온다. 그의 화면에서 전통 화조화는 유년의 기억을 담는 사적 서사의 무대다. 오츠키는 암채와 마지(麻紙), 사생의 방법론을 고수해 왔다. 반복적인 관찰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고 이를 기호로 풀어낸다. 미나미타니는 우키요에의 표정과 분라쿠 인형극의 과장된 몸짓을 애니메이션과 뒤섞는다.
전통이 직접 호명되지 않는 작업에서도 그 뿌리는 감지된다. 타카하시는 봉제 인형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만물에 신이 머문다는 ‘신토(神道)’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그의 애니미즘은 엄숙한 의례보다 놀이에 가깝다. 토미타는 철거와 재건을 반복하는 도쿄의 빈 상가와 교외를 그린다. 작가가 ‘시작의 제로(Becoming of Zero)’라 부르는 그 풍경에서 ‘무(無)’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성’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기에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공(空) 사상’과 맞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