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을 권리

타이틀 매치 오인환 vs. 장서영(8. 13~10. 25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6 / 08 / 18

AI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시대. 그러나 틀리는 것만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2026 타이틀 매치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전은 오류를 인간 창작의 조건으로 세운다. 매끄러운 시스템에 균열을 내고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는 힘, 우리의 예술은 바로 이 오차와 어긋남에서 나온다. 시선은 밖과 안에서 각각 출발해 교차한다. 오인환은 획일화된 사회 구조에서 지워져 가는 차이의 가치를 드러내고, 장서영은 병들고 늙는 몸에서 인간다움의 가치를 발견해 낸다.

오인환 <칼군무>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6분 26초 2026

오인환은 ‘하나가 아닌 우리, 하나가 아닌 나’를 표어로 삼는다. 집단은 물론 개인의 정체성조차 하나로 규정될 수 없다. 사회가 강요하는 동일성에 맞서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는 정체성을 가시화했다. <애교 프로젝트>는 아이돌처럼 ‘애교’를 부리는 중년 남성을 앞세워 젠더 규범의 허구를 폭로한다. <칼군무>는 케이팝의 안무를 재구성해 획일적인 단체 안무 속에 숨은 개성을 드러냈다. <무지개처럼, 우리는 하나가 아니기에 아름답지 않은가>는 작가가 이끄는 ‘이반미술모임’의 참여자들이 각자 지닌 물건을 무지개 패턴으로 배열한 작품이다. 퀴어적 다양성을 의미하는 무지개를 차용해 차이를 통한 공동체의 가능성을 역설했다.

장서영 <All No Grip>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3분 45초 2025

장서영은 ‘실리콘 바니타스’를 모티프 삼았다. 실리콘은 반도체의 핵심 재료로 오늘날 디지털 문명을 떠받치는 물질이고, 바니타스는 삶의 덧없음을 일깨우던 17세기 정물화 전통. 작가는 이 둘을 포개 영원과 완전을 좇는 기술과 늙고 병드는 몸을 마주 세운다. <Exhausted>는 배기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과 에너지를 소진한 몸을 교차한다. ‘배기(exhaust)’와 ‘지침(exhausted)’이라는 동일한 어원의 단어를 겹쳐 인간의 유한성을 환기했다. <폴룩스의 거울>은 인간을 양분 삼아 자라는 AI와 암세포를 나란히 놓는다. 인간을 학습한 AI도, 몸속에서 증식하며 숙주를 잠식하는 종양도 인간을 닮아가지만, 작가는 그 어느 쪽도 인간의 고통만은 옮겨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살지, 어떻게 살지까지 알고리즘이 정해주는 시대에, 우리에게 틀릴 여지는 얼마나 남아있을까. AI에 익숙해지는 사이, 우리는 더 나은 인간이 되기보다 오히려 인간다움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퀴어 이론 연구자 잭 핼버스탬(Jack Halberstam)은 실패를 결핍이 아니라 성공 신화에 대한 능동적인 거부로 바라본다. 완벽과 효율,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개인을 몰아세우는 사회에서, 그 기준에 부합하기를 거부하는 실패야말로 해방일 수 있다는 것. 새로운 내일은 정답이 아니라 오답을 택하는 용기에서, 기꺼이 틀려보자는 에러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