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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윤태준

2015/10/18

기억과 망각의 줄다리기
윤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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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Scene>잉크젯프린트101.6×127cm2013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디즈니와 픽사의 합작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의 머릿속에 살며 다섯 가지 감정을 제어하는 다섯 개의 캐릭터를 통해 기억과 망각의 작용을 재기발랄하게 표현했다. 특히 애틋한 기억이 사라지는 장면은 여러 관객을 눈물짓게 하며 지난날들을 회상토록 했다. 하지만 망각 덕분에 영화가 해피엔딩에 도달하듯, 기억과 망각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동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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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pe>2013~2014

윤태준의 사진작품 시리즈 〈회한의 무게〉(2013~2014)는 바로 그 긴장감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기억은 하나의 특정한 시간과 때가 아니라 흐르는 시간 속에서 함께 움직인다.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나의 주위에 살아 있고 함께 있다. 특별한 사물, 또는 특정한 시간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잊혀진 것들과 주위에 있는 것들 또한 나의 한 부분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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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eceofDiary>2013~2014

그는 자신의 반려견이 죽고 나서 그 사체를 묻은 돌무덤을 바라보면서 슬픔이나 상실감에 앞서 어떤 과거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의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됐다.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일기장, 사진, 편지, 군화, 이름표, 화분, 시계 등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물건을 물에 담아 그것을 얼려 사진으로 촬영했다. 작가는 얼음에 둘러싸인 피사체 그 자체를 부각시키면서도 그것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을 찾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얼음이 조금 녹은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의 작품에는 상온에서 얼음이 물로 돌아가듯 어쩔 수 없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망각의 순리가 나타난다. 영원할 수 없기에 더욱 붙들고 싶은 기억에 대한 간절함 또한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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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eceofLetter>2013~2014

얼음에 엉겨 붙은 반려견의 돌무덤을 촬영한 〈Dog’s Grave〉에서 시작해 여자 친구에게 받은 편지를 얼린 〈A Piece of Letter〉로 마무리되는 이 시리즈는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기억들을 들여다보고 그것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왜곡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 자체”를 보여 주고 있다.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의 태생적 임무를 넘어서 윤태준의 사진 작업은 작가의 시선이 개입되는 ‘개인적인 기억’으로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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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er>2013~2014

한편, 과거 작가는 음식물을 시험관 안에 보관해 특정 사진과 함께 선보인 바 있는데, 교환 학생 프로그램으로 독일에서 체류하던 시간을 오롯이 보존하고 싶어 자신의 신체를 구성하면서 에너지를 준 음식물들을 수집한 것이었다. 〈회한의 무게〉 시리즈 이후, 작가는 이 시리즈의 사진 자체에서 추출한 잉크로 종이 위에 또 다른 사진을 프린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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