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오유경

2015 / 12 / 06

집적과 반복의 연금술
오유경

〈Created Mountain〉 종이컵 가변크기 2010

대형할인마트 진열대에 가득 쌓인 상품들의 스펙터클, 그리고 신제품 구입을 곧 행복한 삶으로 직결시키는 광고는 우리로 하여금 오래되고 기능을 다한 물건을 금방 잊도록 부추긴다. 오유경은 버려진 의자, 일회용 종이컵, 죽은 나무 등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는 오브제에 주목, 그 외형을 독특하게 바꿈으로써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다.

〈Dreamlike〉 탁구공 가변크기 2011

의자에 천을 덮어씌운 듯한 형상의 〈Chair Floured〉는 버려진 의자에 천을 덮고 밀가루 풀을 먹여 고정시킨 후 그 안의 의자를 제거한 작품이다. 사실상 천 안은 텅 비어 있지만 천의 형상이 의자를 상상하게 하면서 역설적으로 의자의 존재가 드러난다. 전시가 끝나면 뜨거운 물을 부어서 천을 다시 부드럽게 만들고, 또 다른 물체 위에 덮어 같은 방식으로 작업한다.

〈A High Place〉 의자, 가변크기 2005

〈Paper City〉는 사무용 A4용지를 여러 장 쌓아 올려 빌딩숲 같은 도시 풍경을, 〈Created Mountain〉은 일회용 종이컵 1만여 개를 각기 다른 개수로 포개어 얹어 산봉우리를 만든 작품이다.

〈Flour World〉 밀가루 가변크기 2012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조형미 있는 작품이 된 오브제들은 미세한 자극에도 배열이 흐트러질 정도로 연약하다. 작가는 “세포가 분열하듯 세상은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집적과 반복이라는 행위를 통해 또 다른 에너지를 보여 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작업 과정을 ‘연금술’에 비유한다.

오유경 개인전 〈코스모스〉 전시 전경 2015 스페이스K 서울

즉 쓸모없어진 물건을 수리해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연민을 가지고 다가가 형태를 변형시킴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삶을 주고 싶어 한다. 최근 개인전 〈코스모스〉(스페이스K 서울, 8. 6~9. 10)에서는 전시장 공간 전체와 기하학적 형태로 제작한 오브제를 거울로 뒤덮은 〈Entanglement〉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Entanglement〉 황동에 은도금, 탁구공 2015

관람객은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과 전시 전경을 동선에 따라 다르게 경험하면서 모호해진 공간의 경계 속을 경험한다. 공간 안의 모든 오브제는 각자의 조형적, 물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빛과 반응하며 서로 연관을 맺는다.

[New Look] 오유경 •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