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홍콩 가을 경매
필립스 홍콩의 첫 미술품 경매 도전
필립스 홍콩 가을 경매 11. 27~29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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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히텐슈타인 <Landscapes in Chinese Style Series: Landscape With Grass> 1996
미술시장의 가을 경매 시즌이 돌아왔다. 세계 3대 경매사 중 하나로 꼽히는 필립스(Phillips)는 11월 27일 홍콩에서 아시아 미술시장을 공략한 미술품 경매를 진행한다. 2년 전 필립스가 홍콩에 거점을 잡은 뒤 처음 선보이는 미술품 경매다. 필립스 홍콩은 2015년과 2016년 상반기 시계 경매를 성공적으로 치른 이후 아시아 경매시장의 흐름을 주도해나갈 또 하나의 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필립스 홍콩은 미술품 경매를 포함한 올가을 시즌 경매를 통해 지난 시계 경매에서 한껏 끌어올린 필립스의 홍콩 진출 여세를 이어나갈 계획인 것. 과거 소더비에서 근무한 조나단 크로켓(Jonathan Crockett)을 ‘20세기&컨템포러리아트’ 부서 대표이자 아시아 부사장으로 임명하고, 그를 필두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본격적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가을 필립스 홍콩의 미술품 경매 전략은 무엇일까? Art는 조나단 크로켓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매 출품작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듣고, 아시아 미술시장에 대한 필립스 홍콩의 계획 및 포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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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히텐슈타인 <Weisman Award (Yellow Brushstroke)> 1991
이번 미술품 경매는 ‘20세기&컨템포러리아트&디자인 인 아시아(20th Century&Contemporary Art&Design in Asia)’라는 타이틀부터 눈에 띈다. ‘디자인(Design)’을 경매의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필립스 홍콩의 미술품 경매 폭과 트렌드를 넓히고자 한 것. 제목에서 말해주듯 미술품 경매 출품작 리스트에는 20세기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의 작품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기성품에 그래픽 디자인을 더하여 디자인계의 파장을 가져온 멘디니의 <Poltrona di Proust>(1979~80)가 출품됐고,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핀율(Finn Juhl)의 <Chieftain model no. FJ49A>(1950)를 포함하여 마크 뉴슨(Marc Newson), 웬델 캐슬(Wendell Castle), 지오 폰티(Gio Ponti) 등의 디자인 가구도 경매에 붙여질 예정이다. 디자인 작품뿐 아니라 사진 출품작 역시 경매에 이슈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패션사진가로 이름난 닉 나이트(Nick Knight)의 1992년 작 <Sander>와 《보그》지의 전설적인 커버를 찍은 어빙 펜(Irving Penn)의 작품이 출품될 예정이다. 조나단 크로켓은 “디자인과 사진을 폭넓게 포괄하는 이번 경매는 아시아 컬렉터들의 변화하는 컬렉팅 양상을 반영한 것으로, 다변화하는 컬렉터들의 취향과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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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나이트 <Sander> 1992
경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회화 경매에는 어떤 작품들이 출품될까? 회화 출품작 리스트는 현재 미술시장의 현황과 흐름을 점검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최근 몇 년 새 침체된 미술시장의 출품작들을 보면 일명 ‘검증’된 작품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경향이 보인다. 필립스 홍콩 가을 경매 출품작 리스트만 보더라도 이미 작가의 명성과 작품 가치가 입증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경매의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면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Abstraktes Bild 776-1>(1992)이 최고 추정가 2,500만 홍콩달러(약 36억 7천만 원), 쩡판즈(Zeng Fanzji)의 <Trauma>(2007)가 최고 추정가 950만 달러(약 14억 원),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의 <Daydreamer>(2003)가 최고 추정가 700만 홍콩달러(약 10억 3천만 원), 장샤오강(Zhang Xiaogang)의 <Amnesia and Memory>(2004)가 최고 추정가 550만 홍콩달러(약 8억 7백만 원), 리우웨이(Liu Wei)의 <Purple Air 6>(2006)가 최고 추정가 280만 홍콩달러(약 4억 1천만 원), 히로시 스키모토(Hiroshi Sugimoto)의 <Lake Superior, Cascade River>(1995)가 최고 추정가 250만 홍콩달러(약 3억 7천만 원), 자오우키(Zao Wou-Ki)의 <Bol et Feuilles sur Fond Rouge>(1953)가 최고 추정가 150만 홍콩달러(약 2억 2천만 원), 이밖에도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앤디 워홀(Andy Warhol), 키스 해링(Keith Haring),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번 경매에서 최고 낙찰가를 기록할 작품으로 예상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Landscapes in Chinese Style Series: Landscape With Grass>(1996)는 세로로 길게 늘어진 족자 형태로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동양적 감수성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3,500만 홍콩달러(약 51억 3천만 원)라는 높은 추정가로 아시아 큰손 컬렉터들 사이에 치열한 낙찰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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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무제> 1983
한국작가의 작품도 다수 출품된다. 이우환의 1989년 작 <From Winds>는 최고 추정가 580만 홍콩달러(약 8억 5천만 원), 서도호의 <도어 매트(Welcome)>가 75만 홍콩달러(약 2억 원), 박서보의 <묘법 No. 960406>(1996)은 최고 추정가 65만 홍콩달러(약 9,500만 원), 그의 또 다른 작품 <무제>(1967)와 김태호의 <Internal Rhythm 2005-21>(2005)은 최고 추정가 60만 홍콩달러(약 9,000만 원)에 각각 출품됐다. 기자는 크로켓에게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이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이 관심이 꾸준히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국미술의 세계적인 활약은 더 이상 일시적이거나 곧 사라질 거품으로 볼 수 없다. 특히 단색화 같은 경우 수년간 지속되어 온 미술시장의 흐름 중 하나다.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한국작가들의 전시를 개최하고 베니스비엔날레를 비롯한 국제적인 미술 행사에서 한국작가들의 작업은 빠짐없이 등장한다”라고 언급하며 국제 미술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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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아시아 부사장 조나단 크로켓(Jonathan Crockett)
필립스는 1796년 제임스 크리스티(James Christie)의 직원이었던 해리 필립스(Harry Phillips)가 세운 런던의 옥션하우스. 미술품 거래의 장으로 출발해서 시계와 보석 등 경매 항목을 확대하며 세계적인 경매회사로 성장했다. 과거 크리스티 인터내셔널 CEO와 카타르박물관 관장을 역임한 에드워드 돌먼(Edward Dolman)이 CEO를 맡고 있으며 런던을 비롯하여 뉴욕 제네바 밀라노 모로코 파리에 지점을 두고 있다. 필립스의 홍콩 진출은 아시아 미술시장에 어떤 영향력을 가져올까? 필립스는 홍콩에 아시아 본점을 두고 한국 타이완 일본 중국에 각국 담당 디렉터를 임명하여 시장성 있는 아시아 국가들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필립스 홍콩은 글로벌 아트 파트너십 프로그램으로 중국의 세계적인 컬렉터 차오즈빙(Qiao Zhibing)이 운영하는 차오스페이스(Qiao Space)와 파트너십을 맺고 홍콩의 비영리 예술기관인 파라사이트(Para Site)를 지속적으로 후원하면서 예술품 컬렉팅의 대중화를 실현해나갈 계획이다. 홍콩의 경매시장을 뉴욕, 런던과 같은 대열에 올리려는 필립스 홍콩의 야심찬 포부는 과연 실현될 것인가? 이달 27일 미술품 경매를 시작으로 29일까지 진행될 필립스 홍콩 경매의 결과가 그 단초를 제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