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을 새 돌파구로
한국 최고(最古)의 아트페어 화랑미술제. 38회째를 맞아 온고지신의 의지로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 조현대 기자

정상화 <작품 70-B-6> 마포에 아크릴, 162.2×130.3cm 1970_갤러리현대 출품작.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 화랑미술제가 올해 38회를 맞이한다. 오는 2월 19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총 5일 간 펼쳐질 2020화랑미술제(코엑스 3층 C홀)는 그동안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옛것을 익혀야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뜻으로 침체된 한국 미술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예정이다. 오랜 역사와 더불어 신선한 감각으로 쇄신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새로운 로고 아이덴티티를 내세웠다. 페어 행사장 내 부스의 ‘큐브’ 형태를 단순화시킨 모티프는 가지각색의 갤러리와 작가,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축제로서 화랑미술제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2020화랑미술제에는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 회원 갤러리 중 110곳이 참여해 530여 명 작가의 작품 약 3천 점을 출품한다. 그중 서울에 위치한 갤러리가 총 76곳으로 서울이 여전히 한국 미술시장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 외에 부산·대구 등 경상권 26곳, 경기·전라·충청권 8곳 등 국내 다양한 지역의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참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PKM갤러리, 학고재 등 서울의 메이저 갤러리는 물론, 부산과 대구를 각각 대표하는 조현화랑과 리안갤러리의 이름도 눈에 띈다.

신한철 <꿈무리> 스테인리스 스틸, 투명 채색 코팅 68×48×48cm 2019_웅갤러리 출품작.
갤러리현대는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정상화의 초기작 <작품 70-B6>(1970)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작품은 정상화를 상징하는, 캔버스를 접고 물감을 떼어내는 작업방식 이전에 시도했던 색과 형태에 대한 앵포르멜 경향의 작품으로, 거친 질감의 마포 위에 원과 사각형, 흑과 백이 교차하며 화면 내에 조형적 균형을 이룬다. 현 한국화랑협회 최웅철 협회장이 이끄는 웅갤러리는 조각가 신한철의 <꿈무리>(2019)를 출품한다. 작품은 화려한 색과 매끈한 스틸 재질 표면의 구가 끊임없이 증식하는 듯한 형상은 모든 생명의 기원으로서 원(圓)을 표상화한다.

유재연 <Ruby Moon> 캔버스에 유채 200×150cm 2019_특별전 <ZOOM-IN> 출품작.
2020화랑미술제는 신진 작가의 원활한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한국 미술시장에 활기를 더하기 위한 협업 프로그램 및 특별전을 마련한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네이버 그라폴리오와 신진작가 공모전 <ZOOM-IN>을 함께 준비했다. 이 특별전의 제목은 아직 시장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더 가까이 들여다보며 발굴의 기회로 삼으려는 포부를 담았다. 올해는 총 10명의 작가가 선정되었으며 향후 공모 방식을 더욱 체계화시켜, 화랑미술제만의 전문성을 통한 신진 작가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또한 경기문화재단 주관의 지역 신진 작가 지원 사업 ‘아트경기’와의 협업을 통해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망 작가 총 13명을 소개한다. 서울 을지로의 전시공간 ‘상업화랑’이 전시 기획을 도맡고, 경기문화재단에서 별도로 선발한 젊은 갤러리스트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작가 홍보에 나선다.

이빛나 <Save as ‘Collection No.3’> 캔버스에 유채 112.1×193.0cm 2013 _특별전 <ZOOM-IN> 출품작.
두 협업 프로그램 모두 신진 작가를 일반 관객에게 소개할 뿐만 아니라 페어에 참여하는 갤러리와 연결시켜, 일회적 행사에 머물지 않고 지속가능한 미술시장의 기반을 닦으려는 목적을 공유한다. 최근 수많은 작가들이 창작을 통한 최소한의 경제적 수익마저 거두지 못하는 환경에 처한 가운데 <화랑미술제>의 적극적인 프로모션 시도가 성공을 거둘지, 그래서 작가들의 창작환경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 썸네일 이미지
보라리 <우연의 지평선> 폴리에스테르, 와이어 가변크기 2019_특별전 <ZOOM-IN> 출품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