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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의‘핫’아트페어

2020/03/23

멕시코시티 소나마코2020(ZSONAMACO2020)은 중남미 최대 규모의 페어다. / 김 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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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버수스아트프로젝트(VersusArtProject)부스전경

사람들의 관심이 흥미로운 스캔들로 쏠리는 건 인지상정일까. 2002년 문을 열었으나, 한국 미술계에서의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았던 멕시코시티의 아트페어 소나마코2020(2. 5~9 시티바나멕스센터)의 이름이 2월 초, 한국 포털 사이트 메인에 등장했다. 한 평론가가 2만불 상당의 작품을 파손했다는 기사 때문이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 사건에 이은 또 하나의 ‘퍼포먼스’ 같은 사고였다. 하지만, 이런 ‘사고’가 아니더라도 소나마코는 라틴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로,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난해에는 6만 2천여 명, 올해에는 7만 2천여 명이 방문했다. 정확한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세계 미술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라고, 마이애미에서 온 갤러리스트가 귀띔했다.
소나마코는 아트바젤 마이애미와 비슷한 컬렉터 지형을 타깃으로 하는 페어이기도 하다. 이는 열흘 뒤 열리는 프리즈 LA도 공유한다.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중요한 컬렉터, 미술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이 자리에서는 리손, 페이스, 페로탕 등 글로벌 미술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갤러리의 이름도 볼 수 있다. 덴버아트미술관의 패션·텍스타일 분과 큐레이터 제인 버크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갈등과는 별개로 미국 내에서 멕시코 문화에 대한 관심은 5~6년 전부터 높아지는 추세라고. 작년 멕시코 모던아트 전시를 개최했던 덴버아트미술관도 멕시코 패션디자이너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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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라하라티로알블랑코갤러리(GaleriaTiroAlBlanco)부스전경

한국에서는 전혀 체감할 수 없지만, 10여 년 사이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미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졌고, 멕시코시티의 컬렉터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그런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서인지, 올해 소나마코는 기존에 따로 운영하던 4개의 플랫폼, 모던/컨템포러리 아트, 디자인, 사진, 앤티크를 한 자리에 모았다. 한 갤러리스트는 예전에 비해 너무 많은 화랑들이 모이는 바람에 북적이기는 하지만, 부스 크기가 좁아져서 아쉽다는 말을 전했다. 올해는 북남미와 유럽 26개국 21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한국과 관계 깊은 뉴욕의 티나킴 갤러리의 이름이 선정위원 명단에 올라 있다.
소나마코 역시 여느 아트페어와 유사하게 갤러리 섹션, 컨퍼런스, 지역 미술계와의 협력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갤러리 섹션을 단순하게 갤러리의 경력, 규모, 출품 작가의 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에 따라 구성한 부분이었다.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다양한 경력의 갤러리가 참여하는 메인 섹션을 중심으로, 갤러리들은 일종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뉴 프로포절’, 다양한 방식의 협업, 목소리를 유도하는 ‘포로’, 라틴아메리카의 지리적, 역사적 맥락 안에서 예술의 유형을 확장시키고 실험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에 주목하는 ‘소나마코 쉬르’로 나뉘어 소개되었다. 다양한 국적의 큐레이터들이 각 섹션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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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파트디렉터CeciliaLeon

곳곳에서 국제성와 지역성을 동시에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럽, 미국의 갤러리들도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주목하면서 상업뿐 아니라 비영리 영역에서 활동하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들도 선보였다. 루이비통 부스는 멕시코 오악사카의 장인들을 초대했다. 그들은 루이비통 트렁크에 전통 문양을 그려 넣고 있었다. 한국 작가로는 이우환, 전광영의 작품이 보였다. 지난해 젠더 이슈에 둔감했다는 비판에, 올해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작품들이 제법 많았다.
소나마코를 시작으로 머티리얼 아트페어, 살롱 아크메 등의 아트페어가 이어지며 멕시코의 아트위크는 들썩인다. 이 대형 페어가 소규모 지역 갤러리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출품작들이 상업적으로 ‘안전한’ 작품에만 쏠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세계 미술계 안에서 멕시코시티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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