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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김민희

2021/08/09

Kim Minhee: ‘약 빤’ 소녀들이여, 미래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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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캔버스에유채73×73cm2021

김민희는 마니아 기질이 다분한 화가다. 주로 1980~90년대 일본 셀 애니메이션에 꽂혀 사이버펑크물, 순정 만화, 세카이계까지 두루 탐닉해왔다. 첫 개인전 <오키나와 판타지>(합정지구 2018)에선 지극히 회화적인 터치의 여성 신체로 성적 욕구와 쾌락을 드러냈다면, <고스트 비키니>(아웃사이트 2020)를 준비하면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작화 방식을 적극 끌어들였다. 지나치게 크고 맑은 눈과 가느다란 팔다리를 가진, 비키니 차림의 ‘ 한(恨)’ 없이 해맑은 ‘여귀’를 육화해 여성 재현의 전형성을 전복했다. 한편 이번 개인전 <이미지 앨범>(6. 4~7. 2 실린더)은 화려한 조명이 감싼 소녀의 얼굴과 쿵쿵 울려대는 사이키델릭(psychedelic) 음악 소리로 가득하다. ‘이미지 앨범’이란 본래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상징하는 넘버로 구성된 음반을 가리킨다. 1980년대 일본에선 특히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과 사이키델릭 장르의 앨범이 많이 발매됐는데, 김민희는 디지털 필터링으로 이 앨범 아트의 원본을 한층 더 사이키델릭하게 재가공했다. 마치 ‘약 빨고’ 보듯, 소녀의 피부는 차갑고 매끈한 메탈이나 유리로 경화되고 배경과 인물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한편 모든 소녀는 저마다의 ‘진취적 기상’을 품고 있다. 열다섯 나이의 <MITSUKO>는 남자 친구를 찾아 광활한 우주로 떠나고, <ASUKA>는 세계를 지배하는 폭주족에 당당히 맞서는 미래의 ‘스케반(スケバン, 불량소녀)’이다. 김민희에게 ‘사이키델릭+사이버펑크’의 취향이란 ‘××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걸까. 그는 마우스와 붓을 손에 쥔 채 가닿을 수 없는 쾌락의 세계와 도래하지 않은 시간에 링크를 건다. 과거의 미츠코와 아스카, 현재의 김민희, 미래의 또 다른 아스카와 미츠코와 김민희는 감각이 폭발하는 세계에서, 시간을 앞지르는 환상의 공간에서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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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YUTA>캔버스에유채130×130cm2021

김민희 / 1991년생. 세종대 회화과 학사 졸업, 홍익대 회화과 석사 수료. 아웃사이트(2020), 합정지구(2018) 등에서 개인전 개최. <매킨토시 킨트>(사가 2021), <Solo Show: On>(온라인 2020), <세상의 끝>(빠빠빠연구소 2017) 등의 단체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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