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다니엘 신셀
Daniel Sinsel: 트롱프뢰유, 진실을 지키는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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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리넨에 유채 137.3×122.2×2.8cm 2021
뮌헨 태생,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 다니엘 신셀. 그의 초기작에는 두 개의 원 사이에 삽입된 금빛 피리, 다리 사이에 놓인 헤이즐넛 두 알 등 이질적으로 조합된 사물이 등장한다. 각 사물은 게이 포르노에 등장하는 성적 요소의 상징. 현실 속 게이 커뮤니티가 아니라 가상의 영역에서 게이의 삶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그러나 신셀은 곧 어떤 그림도 ‘삶’ 자체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우리가 삶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듯, 예술에도 삶은 재현 불가능한 대상이다. 보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 발설하는 순간 사라지는 것. 내게 동성애란 그런 삶이다.” 표현하는 순간 사라지는 의미를 지키기 위해 그의 작업은 의미를 은닉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소재와 주제는 물론 장르조차 불투명한 그의 회화에서 사물 간의 관계는 더욱 알쏭달쏭해졌다. 그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 신고전주의와 미니멀리즘, 에로티시즘과 초현실주의, 회화와 조각 사이를 끊임없이 유동한다. 특히 눈속임 효과로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트롱프뢰유는 이러한 불명료성을 강화하는 신셀의 기법. 작가는 제이슨함에서 국내 첫 개인전 <무제>(8. 5~9. 28)를 열었다. 벽, 액자, 창문 등 건축의 기하학적 형태에 트롱프뢰유 기법을 접목한 신작 8점을 선보인다. 도형의 왜곡을 일으키는 착시, 공간 안팎의 구분을 해체하는 작품 뒷면의 노출, 재료의 물성을 변형하는 가공 등으로 사물에 부여된 고정 관념을 뒤흔든다. 신셀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수수께끼에 빠진다. 그러나 신셀은 단 하나만은 확신한다. 그 불투명함에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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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리넨에 유채, 유리, 와이어 128.1×154.1×3cm 2021
다니엘 신셀 / 1976년 뮌헨 출생. 런던 첼시예술대학 회화 전공 및 왕립예술대학에서 회화 석사 졸업. 벨기에 오피스바로크(2019, 2016), 런던 사디콜스HQ(2016), 베를린 미키슈베르트(2013, 2009), 런던 치센헤일갤러리(2011) 등에서 개인전 개최. <Romancing the Surface>(암스테르담 그림갤러리 2021), <Mixing It Up>(런던 헤이워드갤러리 2021) 등의 단체전 참여.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