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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에서서울로‘날갯짓’

금산갤러리,그리스작가천사개인전<Climbing>

2023/05/09

Cherry Blossoms-Reflection

<CherryBlossoms-Reflection>캔버스에아크릴릭혼합재료150×150cm2021

그리스 화가 천사가 개인전 <등반(Climbing)>(4. 13~5. 9 금산갤러리)을 열었다. 필명을 한국어로 할 만큼 우리 역사와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 작가. 그는 한국과 그리스의 미적 요소를 하나의 화면에 병치해 ‘문화 융합’을 시도한다. 국내 아트씬에서 ‘날갯짓’을 시작한 작가를 만나 그의 삶과 예술을 물었다. / 김해리 기자

— 아테네에서 ‘천사’가 왔다는 소식에 놀랐다. 왜 작가명을 한국어로 정했나?

Cheonsa 내 원래 이름은 안젤리키 안젤리디스(Angeliki Angelidis)이다. 영어로 풀자면 ‘엔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어 표기인 ‘천사’로 필명을 결정했다. 천사라는 단어로 목걸이를 만들어 매일 차고 다닐 정도로 이 단어를 좋아한다.

— 한국과 그리스. 서로 다른 문화권의 먼 나라이다. 어쩌다가 한국 문화와 사랑에 빠졌는지 궁금하다.

Cheonsa 사실 나는 ‘기술력’으로 한국을 먼저 알았다. 피부과 의사인 남편과 함께 뷰티 클리닉을 운영했는데, 그때 한국의 기계를 수입하면서 관심을 가졌다. 이후 친한 역사학자가 동양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인도에서 시작하라고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인도는 이단적으로 느껴져서 금세 포기했고, 다음으로 중국을 공부했지만 너무 큰 문명이라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러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통로’ 역할을 하는 한국에 천착했다. 코로나19로 격리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국 역사를 깊게 공부할 여유가 생겼다. 한국은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탐내는 나라가 많았고 식민지 경험도 있다. 고구려, 신라, 백제가 있던 삼국시대에는 서로 갈라져 싸우기도 했지만, 외부 세력에 함께 대항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또한 6·25전쟁에서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음에도 제2차 세계대전에 가려 외부인은 그 비극을 쉽게 잊곤 한다. 그리스도 주변 나라에게 자주 공격 받은 나라라 그런지 공통점이 많다. 지금 한국은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전 세계에 케이 팝, 케이 드라마를 퍼뜨려 문화 강국으로 인정 받는 나라가 됐다.

Saturday-The Day of Earth

<Saturday-TheDayofEarth>캔버스에아크릴릭200×200cm2021

— 당신은 작품으로 ‘문화 융합’을 시도하는 듯하다. 한편, 이번 개인전 출품작은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꽃과 나무가 꽉 들어찬 풍경을 추상적, 평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화려한 컬러가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Cheonsa 나는 2019~21년 사이프러스에 있는 안토넬로 아뜰리에에서 드로잉과 색채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안토넬로는 색채 감각으로 유명해 서로 어울리는 색 조합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때부터 내가 피해 온 색 조합이 있다. 검정과 빨강, 노랑과 검정, 빨강과 파랑을 같이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 색 조합을 고려하는 태도에서 한국의 ‘오방색’이 떠오른다. 이처럼 당신의 그림에는 이방인의 눈으로 본 ‘한국성’이 드러난다. 내부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한국적 특징을 짚어내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한국적 요소를 피상적으로 다루는 데 그칠 수 있다는 부담감도 느끼겠다. 동양의 이미지를 낭만화해 쉽게 소비하는 오리엔탈리즘을 경계해야 할 것 같은데.

Cheonsa 나는 그게 반드시 단점인 것 같진 않다. 어느 나라나 전형적인 이미지는 있다. 런던, 파리, 피렌체…. 그럼에도 특정 민족을 보며 영감을 받는다는 건 중요하다. 내게 한국은 특히 매력적이다. 아시아에 별 흥미가 없던 사람들도 내 작품을 발판 삼아 애정을 가지곤 한다. 나는 그리스에 동양의 매력을 전달해 유행시키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 아닐까?

Water

<Water>캔버스에아크릴릭150×150cm2021

Blossoms in the rain 1

<Blossomsintherain1>캔버스에아크릴릭혼합재료100×120cm2023

— 당신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Cheonsa 나는 미술전공자가 아니다. 첫 전공은 마케팅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기에 예술을 꼭 ‘직업’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미술은 내 영혼을 드러내는 매개체이므로 언제든 도전할 수 있다. 앞으로도 나는 그림으로 긍정과 기쁨을 꺼내려 한다. 사람들이 환희를 더 자주 느끼면 좋겠다.

—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 앞으로의 계획은?

Cheonsa 그리스인으로서 한국 전시를 여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금산갤러리와 좋은 만남을 가졌으니 한국 아트씬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 6월 부산 아시아호텔아트페어에서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많은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

Cheonsa profile

천사(안젤리키안젤리디스)/1970년아테네출생.마케팅과경영전략학사졸업.아테네바칼로아트앤디자인컬리지순수회화미술사졸업.파리메종드라그리스(2023),앙카라RC갤러리(2022),미코노스시립갤러리(2022),아테네아트센터(2021)등에서개인전개최.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만료]고흥군청(2024.11.01~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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