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최수진
<기러기는 성큼성큼> 캔버스에 유채 116.8×91cm 2023
최수진은 ‘끝말잇기’ 같은 작업을 한다. 시작은 이렇다. 우리는 세상을 완벽하게 해석할 수 없다. 그래서 초기에는 안개로 휩싸인 뿌연 숲을 그렸다. 이 축축한 숲에 들어온 사람은 묵직한 숨 덩어리를 내뱉는다. 이내 덩어리는 찐득한 물감으로 화면에 맺힌다. 그 물감은 저마다 색을 뽐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딘가 이 색을 경작하는 농장이 있지 않을까? 그곳의 농부들은 색채 씨앗을 심고, 수확하고, 가공한다. 이 모두를 관장하는 색채의 신은 캔버스 앞에서 고민하는 화가에게 컬러를 점지해 준다.
<레인보우피플> 캔버스에 유채 193.9×679cm 2021
여기까지가 2010~22년 최수진 작업의 배경이 되어준 풀 스토리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에 동화적 내러티브를 덧입혀 회화, 조각, 직물 영상 등을 발표해 온 작가. 변화무쌍한 화풍과 매체의 시리즈는 따로 놓고 보면 뚱딴지같지만, 그에게는 ‘원숭이 엉덩이’와 ‘빨간 사과’처럼 자연스러운 사고의 흐름이었다. 최근 최수진은 새로운 끝말잇기를 짓기 위해 시작점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이해 불가능한 세계를 ‘시간’이라는 축으로 읽는다. 오전, 오후, 온종일, 노을 등 지구의 탄생 이래 매일 반복된 추상적 시간을 한 화면에 중첩한다. 찰나를 평면에 ‘패치워크’해 영속이라는 개념을 어렴풋이 이어낸다. 이제, 다음 낱말은···? / 김해리 선임기자
최수진 / 1986년 경주 출생. 중앙대 서양화과 학사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WWNN(2023), AIT(2021), 합정지구(2017), 이유진갤러리(2015) 등에서 개인전 개최. 6월 에이라운지에서 개인전 개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