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는 ‘삶의 선언’이다

문신사법 제정 공포, 현황과 과제는?
2025 / 11 / 10

10월 21일,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이 최종 의결됐다. 1992년 대법원이 문신을 의료 행위로 판결한 이후 33년 만의 성과다. 미술작가이자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이번 공포를 계기로 타투 산업에 인식 변화를 촉구한다.

타투이스트인 필자 강라겸이 직접 시술한 타투. © 강라겸

한국에서 타투를 시작한 지 8년이 되었다. 이 직업을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미술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자발적 비정규직 상태를 원했기 때문이다. 많은 작가가 전시와 작업에 집중해야 할 때는 생업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는가. 타투는 작업자가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여성 임금 차별이 없는 몇 안 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보통 하루 만에 결과물이 나오는 타투는 긴 호흡의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만성 번아웃’ 속에서 반짝이는 성취감을 주기도 한다. 의료인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작업자로서 누릴 수 있는 멋진 직업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타투작업의 신비로움은 손님과 작업자의 특별한 유대에 있다. 손님은 타투이스트를 선택할 때 단순히 기술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도안의 심미성부터 피부에 오랫동안 지속되는 기술력, 이 외에도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신뢰, 연결의 감각이 분명 존재한다. 피부에 상처를 내는 내밀한 행위를 맡길 수 있는 믿음은 시술자와 피술자가 본능적으로 닮은 부분을 서로에게서 발견하는 데서 온다. 그래서인지 손님과 대화하다 보면 이상하게 그들이 나의 작은 분신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유대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이번 10월 21일 대통령 공포로 제정이 마무리된 문신사법에 있다. 행정부는 앞으로 ‘타투유니온’과 함께 2년간 시행 명령을 만들 것이다. 타투유니온은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약칭 화섬식품노조) 산하 지회로, 국내 서화 문신 산업 합법화에 힘써왔다. 이를테면 위생과 안전을 위해 단순 소독이 아닌 멸균에 준하는, 세계 기준과 비교하더라도 무척 까다로운 관리 지침을 녹색병원과 함께 만들어왔다. 앞으로 한국의 스튜디오는 이 기준에 준하여 시설을 재정비하고, 손님과 작업자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한 시술 환경을 마련할 것이다. 문신사법에 포함된 다양한 법령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항은 제2장 문신사 면허와 관련하여 제5조 결격사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부분이다. 예술인도 국가 지원금을 받으려면 성범죄 경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증해야 한다. 앞으로 손님과 작업자 모두가 부적절한 제안과 폭력, 성범죄에 노출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면, 앞으로 달라질 한국의 타투 산업을 직접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신체에 영구적으로 남는 무언가를 스스로 정하는 일, 그렇게 달라진 몸으로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는 일종의 선언 같은 행위는 분명 당신에게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그 변화에 일부분 동참하는 기묘한 감정을 어서 나누고 싶을 뿐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혐오를 줄일 방법은 지속적인 노출에 있다. ‘타투는 믿거(믿고 거른다)’라던 사람들도 결국 과반의 사람이 타투를 새기는 세상이 오면, 도리어 타투가 없는 신체를 ‘믿거’하는 역설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합법 인간’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웹 지도에 우리 스튜디오를 홍보하고 거기에 꼭 ‘퀴어 프렌들리’ 타이틀을 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구글 맵과 달리, 네이버와 카카오 지도에는 이 기능이 없다. 이 역시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변화하기를 바란다.

강라겸 / 1991년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조형예술과 졸업 예술전문사 인터미디어과 수료. 베를린 트랜스페어런트플랫폼(2023), 팔레드서울(2022)에서 개인전 개최. 서울에서 거주 활동. © 강라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