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워싱’을 멈춰라!
지난 4월 30일, 베니스비엔날레 개막을 불과 9일 앞두고 심사 위원단이 전원 사퇴했다. 전쟁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러시아와 이스라엘 파빌리온의 심사 배제를 촉구하는 보이콧이었다. 이에 비엔날레 측은 황금사자상 시상을 중단하고 투표로 뽑는 관객상을 신설했다. 두 나라의 전시장에선 연일 격렬한 폐관 시위가 일었고, 국내외로 공동 행동이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미술연대 <하이파 프로젝트>를 공동 기획한 작가 손혜주는 베니스에서 광주, 그리고 서울로 이어지는 집단적 브레이크가 새로운 저항의 문법이 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2026년 5월 현재, 예술비평 플랫폼 『이플럭스』의 ‘동시대예술’ 웹페이지는 베니스비엔날레를 앞두고 벌어진 사건을 역순으로 기록하고 있다. 시간순대로 정리하면 사태는 다음과 같은 경과로 진행되었다. 먼저 4월 7일 전쟁 범죄에 가담한 이스라엘, 러시아, 미국 3국의 비엔날레 참여 배제를 촉구하는 작가와 큐레이터 74인의 요구가 있었다. 이는 4월 23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지도자의 국가, 즉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작품을 심사를 제외한다는 심사 위원단의 응답으로 이어졌고, 4월 30일 심사 위원 전원 사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소란 속 예정대로 개최된 비엔날레는 한국을 비롯한 적잖은 국가관이 한시적으로 휴관했다.
비엔날레를 둘러싼 내부적인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2025년 별세한 예술감독 코요 쿠오의 부재와 심사 위원단의 공백 속에서 진행된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파빌리온 파업은 이례적인 정치적 행동이다. 이는 상기한 이플럭스 페이지의 다른 서한과 비교했을 때 그 급진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예컨대 2022년 인도의 제5회 코치-무지리스비엔날레의 참여 작가 서한에는 격년제 행사의 불안정성, 재정의 불투명성 등 오늘날 많은 행사가 공유하는 문제가 논점이었다.
이 역시 저항의 한 형태일 것이지만, 미술제도 내부의 개혁 요구에 머문다는 점에서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상황과 다르다. 즉 이번 사태는 예술이 정치적 현실을 간과한 채 유지되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사태의 흐름이 보여주듯, 예술의 자율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순간 예술은 ‘멈춤’을 택한다. 파업이 집단적 생산 중지라면, 이번 파업은 일시 정지를 통해 예술의 정치적 장소를 드러내고 현실의 폭력과 연결하려는 대항적 움직임으로 이해된다.
초국적 예술현장 곳곳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은 하나의 계보를 이룬다. 한국의 경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기간 이스라엘 문화기관인 CDA홀론 파빌리온 참여를 규탄하며 인근에 열린 <팔레스타인 파빌리온 프로젝트> 또한 하나의 균열을 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팔레스타인문화연대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모인 집단이다. 참여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팔레스타인은 세계의 미래 시제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 형태의 팔레스타인 파빌리온을 광주 일대에 설치하며 예술가와 시민의 연대를 촉구했다. 현수막이 비엔날레 개막과 동시에 개최된 ‘대한민국 미술축제’ 기간 동안 서울의 주요 행사 장소와 전시 기관에 설치되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이는 문제가 국가와 자본이 결합한 문화 체계 전반을 관통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 체제는 폭력의 질서 위에서 작동한다.
폭력적 현실은 제도 외부의 실천으로 이끈다. 여기서 제도는 예술기관과 예술행사, 대학을 모두 포함한다. <하이파 프로젝트>는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릴레이 비디오 프로젝트로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2023년 가을 계원예술대 융합예술과 ‘긴급행동’이 기획했다. 필자가 졸업생으로서 공동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시청각적 연대의 취지로 오픈 콜을 통해 영상을 모집하고 이를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했다. 한편, 프로젝트는 시위 현장과도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는 연대뿐만 아니라 활동을 지속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주말마다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위치한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시위에 참여하거나, ‘국제 행동의 날’에 연대 부스로 참여하며 프로젝트를 알렸다. 미술행사 대신 시위 현장으로 향하는 일은 미술계 동료들에게 시위의 의의를 설명하는 것과 시위 현장의 사람들에게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그 반복은 예술이 거리의 현실과 얼마나 분리되어 있는가를 깨닫게 했다.
베니스비엔날레 각국 전시관이 미술을 전시하지 않을 때, 이는 서울·광주의 거리 위 팔레스타인 파빌리온, 시위 속 릴레이 영상과 이어져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서로 다른 장소를 관통하는 몸짓이 있다면 그것은 ‘멈춤’일 것이다. 여기서 멈춤은 중단이 아닌, 현재의 질서 이후를 상상하기 위한 집단적인 브레이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