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 Look] 곽지수
폭력적인 시선에 갇힌 여성의 신체를 탈환하는 기괴한 반격. 곽지수의 조각은 연약한 파편들을 딛고 마침내 일어선 여성의 새로운 신체다. 작가의 작업은 무겁고 단단한 전통조각의 문법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철사, 전선, 케이블타이 등 스스로 지탱할 힘조차 없는 가벼운 일상의 재료가 뼈대다. 작가는 이 가냘픈 재료를 엮어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한 아슬아슬한 형태를 빚어낸다. 위태롭지만 서로를 악착같이 붙들며 버텨내는 앙상한 구조로 여성에게 가해진 억압을 드러내고, 도리어 그 취약함을 기워 미소지니(misogyny)에 맞서는 여성의 끈질긴 연대를 형상화했다. 이 뼈대가 저항의 서사를 품고 있다면, 그 위를 덮는 살갗은 시선의 폭력을 되돌려주는 ‘반격’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타인의 신체 부위를 가차 없이 오려내고, 구기고, 이어 붙인다. 매끈하게 대상화된 여성 이미지는, 작가의 물리적인 폭력과 훼손을 거치며 거칠고 불완전한 ‘물질’로 연성된다. 예쁘거나 순진한 볼거리로 소비되는 것을 거부하고, 대상화의 시선에 이빨을 드러내는 ‘괴물’로 거듭난다. “나는 내 작업이 무서워졌으면 한다. 여성의 신체를 재단하고 소비하는 눈을 찔러버리는, 그 거대한 몸으로 관객을 모조리 삼켜버리는 조각이 되기를 욕망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맹렬한 반격은 가장 작고 내밀한 일상에서 출발했다. 거창한 이념이 아닌 삶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무형의 폭력과 무력감을 온몸으로 감각한 결과물이다. 투쟁의 영토가 일상이라는 사실은 조각에 결코 꺾이지 않는 생명력을 부여한다. 논리와 구호는 잊혀도 매일 겪어내는 삶의 하중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상이라는 가장 굳센 진실을 무기로 그의 조각은 어떤 육중한 기념비보다 꼿꼿이 일어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