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 Look] 석예지
자욱한 담배 연기, 꺾인 관절과 부풀어 오른 팔다리, 초점 잃은 눈동자…. 석예지의 작업은 마치 소용돌이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직후의 ‘사건 현장’ 같다. 작가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욕망을 모티프 삼아 감정의 잔해를 화면에 욱여넣듯 가득 채운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에로티시즘’. 다만 작가에게 에로티시즘은 쾌락이 아니라 내면 깊숙한 곳에서 발생하는 기괴한 공포 그 자체다. 타인과 완전히 연결되고 싶은 욕망과, 동시에 스스로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사랑뿐만 아니라 집착, 불안, 때로는 서로를 파괴하고 싶은 히스테리컬한 욕망까지 한꺼번에 마주한다.” 왜곡되고 과장된 신체는 걷잡을 수 없는 내면의 소란이 표면을 뚫고 터져 나온 결과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가위, 담배, 휴지 등 일상 사물은 뒤틀린 욕망과 신체를 압박하는 강압적인 장치를 은유한다. 한편, 작가는 최근 다채로운 색을 사용했던 초기작과 달리 차가운 색조와 명암 대비로 더욱 몽환적인 화면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극적인 어둠이 깔린 ‘밤’은 사물과 신체의 경계를 허물고, 사회적 가면을 벗어 던지는 해방의 시간이다. 3D 모델링과 디지털 프린팅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오류(글리치)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남기는 방식 역시 SNS 속 매끄러운 자아 이면에 불안과 고독을 감춘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본능’과 맞닿아 있다. 석예지는 신작으로 레진을 활용한 부조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꽃이 지닌 형태와 장식성을 의도적으로 해체하여 사회적으로 규정된 ‘미’의 틀을 부순다. 타인과 나, 이성과 본능 사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는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