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발의 스펙터클, 달콤하고도 불편한
양하는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사회의 모순을 위트 있게 표현해 왔다. 2020년 네덜란드 유학 시절 TV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접한 것이 그 계기다. 폭약으로 만들어진 버섯구름과 사방으로 튀어 오르던 건물 파편은 작가에게 시각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그는 뉴스나 인터넷에서 폭발, 폭죽 영상을 초 단위로 캡처하고 그려나갔다. 꽃, 기둥, 트로피 등 수직으로 치솟는 형상이면 무엇이든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양하의 작업을 꿰뚫는 핵심 키워드는 ‘아이러니’다. 그의 그림에서 잿빛 버섯구름은 파스텔 톤의 솜사탕, 나부끼는 파편은 달콤함을 더하는 스프링클처럼 묘사된다. 대표 시리즈 <울라고 만든 장면인데 울어야지, 뭐>는 방을 연상하는 실내 공간에 폭발의 이미지를 배치했다. 재난은 결코 ‘내 집 밖의 사건’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개인이 울분을 분출하는 심리적 창구를 은유했다. 배경은 수성 물감으로 묽게 처리하고, 폭발에는 유채로 밀도 있게 채색해 가벼운 공간감과 폭발의 물질감을 대비했다. 양하의 작품 세계는 그림 밖으로도 확장된다. 전시장 곳곳에 회화와 함께 배치한 구슬, 가짜 벽돌, 꽃 모양 조각 등은 그림 속 조형 요소를 입체로 구현한 오브제이자 폭발 이후의 잔해다. 최근 양하는 폭발이 놓이는 ‘공간’에 주목하고 있다. <수태고지>와 같은 고전회화에서 중심 사건의 묘사뿐 아니라 그 배경에도 수많은 상징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안과 밖, 장식과 잔해의 경계를 모호하게 뒤섞어 재난과 일상이 공존하는 동시대의 불안한 감각을 환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