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기술의 술래잡기

모두미술공간, 장애예술 기획전 <미디어 술래>
2026 / 09 / 04
김유석 <식물로봇> 모터, LED, 서버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3/2026 모두미술공간 제공

모두미술공간 기획전 <미디어 술래>(7. 16~8. 21)는 ‘장애예술인의 감각 체계와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기술이 감각을 따라가고 감각이 기술을 이끄는 ‘술래잡기’이자 ‘도래하는 기술’이라고, 순우리말 ‘술래’를 한자어 ‘술래’(術來)와 병치했다. 이때의 행간에서 술래는 여느 숨바꼭질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전시 설계자와 참여자를 의미한다. 다수를 우선하고 소수를 유보하는 불평등에서 몫을 재분배하는 당위성을 발견하는 ‘새로운 술래’ 말이다. 작가 6인(팀)과 테크니션이 조직하는 전시에서 관객은 임시적 참여자로서 이 유보된 몫을 회복하려는 설계자의 의도에 협력하는데, 이때의 기술이 곧 ‘전시’이다. 작가(팀)는 각각 시각(빛), 청각(소리), 촉각(진동)을 둘 이상 엮는 무빙이미지에서 디지털 데이터를 다감각적 언어로 번역한다. 이때 전시 공간은 미술관 제도의 미술품 및 접근성을 보조하는 기술(배리어 프리)을 마련해 장애 인지 감수성을 환기하는 사회적 교차 공간으로 전이한다.

기술 워크숍(커미션 프로젝트) 결과를 담당 기관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6인(팀)의 작가는 미디어를 통해 비물질적인 감각과 이야기를 붙잡는다. 이때 물(박은영), 돌(이요), 풀(김유석), 꽃(박성민), 빛(박유석) 등의 단서가 이미지로 등장하고, 전시라는 군집을 구축하는 큐레이팅 (비)의도에서 참여자는 인간의 발아래 나열된 자연 풍경을 볼 수 있다. 각기 다르지만 같은 얼굴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종의 무대를 제작하는 이미지(곽요한)는 이러한 전시의 얼개를 요약한다. 이는 (사회적) 장애가 없는 비인간 세계를 그리는 동경일까, 아니면 부조리한 인간 사회에 느끼는 염증의 발현일까. 각기 다르지만 서로 연계된 인상이 뒤따른다.

<미디어 술래>는 예술에 ‘기계’ ‘미디어’ ‘장애’ ‘공공’이 붙은 상황이다. 이번 기획은 그간 장애예술 기반 기획 중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았던 미디어 신기술과 유관 협력자를 적잖이 초대했다. 이는 주목할 만한 비교적 최근 현상이다. 장애예술 전시나 공연에서 비장애예술인의 참여가 담론 유입을 이끌었다는 평도 있다. 다만 이때 주의할 부분은 장애인 중심이 아닌 비장애인 중심의 재편이 예술현장에 무분별하게 전도되는 것이다. 박성민이 무용수와 악기 연주자 사이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조직력은 장애예술 기획에서 평화학적으로는 시민의 시민성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장애라는 요소를 소거함으로써 참여자가 사회적 장애의 불편함을 마주하는 자리에서 비켜나게 했다.

장애예술 공간에서 무장애를 실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시설이 고도화되고 인식 개선이 상당 수준으로 진보했다 하더라도 장애가 발생했을 때 그 불편을 발화하는 상황에서 기꺼이 청자가 되는 일이다. 2025년 서울연극협회 신입 회원 심사 과정에서 연극과 장애 연극을 구분하는 차별이 발생했고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1) 장애예술의 (비)전문성을 새롭게 논의해야 하는 지금, ‘우리’라는 공동체에서 진정으로 회복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자.

1) 홍은지 외, 「낡은 기준에 맞서, 정상성을 깨부수는」, 『웹진이음』 (2026년 3월호).

배경 · 박유석 <Cylinder Movement> 사운드, 조명, 라이다 센서 외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6 모두미술공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