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또 다른 계절
일본의 포토그래퍼 가와우치 린코(Kawauchi Rinko, 1972년생). 그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시적인 시선으로 포착한다. 일본의 전통 애니미즘 ‘신도(神道)’를 모티프로 사물과 자연이 노래하는 동화 같은 사진을 발표해 왔다. 신도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실체가 영혼을 지닌다고 말한다. 사소한 것에서 진귀한 것까지 만물은 공평하게 소중하다. 그 따뜻한 눈길이 ‘빛’으로 표현된다. 피사체와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며 번지는 햇볕은 존재의 아우라와 대상을 향한 사랑을 은유한다. 그의 개인전 <A Faraway Shining Star, Twinkling in Hand>(5. 24~9. 8)가 포토그라피스카 탈린에서 열렸다. 생명을 보살피는 대지의 모성을 필름에 현상했다. 대지는 모두가 잠든 사이 ‘내일’의 풍경에 새로운 계절을 내려놓는다. 어느덧 먼 숲, 파란 잎이 설렘으로 붉게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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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2022
가진 것을 다 내려놓고 볕과 열매, 단풍. 이 가을을 만물은 사랑 빛으로 만난다. 낙엽이 아이들 발아래 소복이 쌓였다. 사랑은 늘 아래로 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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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nami> 2022
작은 손 내밀어 처음으로 건네는 악수. 만남을 기다리며 아이와 계절은 한 해를 달렸다. 아이는 요람을 딛고, 바람은 바다를 건너, 빛은 하늘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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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ear> 2007
내 고향 시월은 포도가 익어가는 시간. 포도는 파아란 하늘이 스며들어 싱그럽다. 고향 풍경을 그리는 마음에 꽃가지 피어나니 추억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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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ver Embraced Me> 2016
길 위로 붉고 옅은 빛, 단풍이 오고 있다는 신호…. 저 멀리선 꿈 많던 소년이 보이고, 떨어진 사랑이 바스락 소리를 낸다. 또 그대는 언제 오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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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minance> 2011
장미는 빛을 머금은 계절의 마지막 인사, 또 다른 내일의 약속. 어둠에서 피어오른 꽃, 불 속에서 소리 없이 춤춘다. 쓸쓸한 날에도 이 빛이 있어 나는 오늘을 살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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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bi> 2001
별도 구름도 없는 외로운 하늘, 불꽃은 피어나 작은 유성으로 빛난다. 사라지는 빛의 환상이 추억으로 남아 마음의 불씨로 번진다. 그 불티 타고 내일로 나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