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자극 미술놀이터

뒷짐 지고 감상하는 따분한 관람은 이제 그만!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 대신, 작품 속으로 뛰어들어 직접 주인공이 되는 어린이 전시를 찾아 나섰다. <마음_봄>(2025. 5. 2~2. 2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내맘쏙: 모두의 천자문>(2025. 12. 19~3. 22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얼굴 쓱, 마음 톡>(2025. 9. 25~3. 8 울산시립미술관)까지, 싱글벙글 미술놀이터가 활짝 열렸다. 약속이라도 한 듯 세 전시 모두 ‘마음’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마음이 미술과 함께 자라나는 그 생생한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마음_봄>전 전경 2025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먼저 <마음_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어린이 전시관 ‘MMCA아이공간’의 개관전이다. ‘마음 이어봄’, ‘마음 마주봄’, ‘마음 서로봄’ 세 개의 섹션으로 나눠 어린이와 가족이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자리를 꾸렸다. 오유경(1979년생)과 조소희(1971년생)가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오유경은 작은 조각을 쌓고 연결해 설치작품을 제작한다. 재질과 형태, 색이 모두 다른 각각의 오브제가 어우러지며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는 연대의 감각을 형상화했다. 조소희는 시간을 뜨개실과 텍스트로 포착해 왔다. 실을 한코 한코 엮어 만든 <…where…>(2025), 2007년부터 매일의 단상을 기록한 <편지_인생작업> 연작으로 오랜 시간 묵묵히 쌓아 올린 마음의 깊이를 응시한다. 작가의 작업 세계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상시 워크숍도 놓칠 수 없다. 오유경이 디자인한 나무 조각을 직접 이어보며 ‘연결’의 의미를 실감하거나, 조소희의 뜨개실과 타자기를 활용해 감정을 기록하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백인교 <COLOR.PLAY> 오브제, 가변크기 2024_<내맘쏙>전 출품작 예술의전당 제공

<내맘쏙>전은 고리타분한 ‘한문’을 만지고 느끼는 ‘놀이’로 번역했다. 곽인탄 남다현 박경종 이이남 정문열 홍인숙 등 작가 14인(팀)이 작품 80여 점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한석봉의 <천자문>부터 동시대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그림책, 레고 아트 등을 한데 펼쳤다. 전시는 천자문의 방대한 세계를 本(본), 天(천), 色(색), 心(심) 등 네 개의 키워드로 풀어냈다. ‘本! 본 투비 뿌리’가 전통미술을 동시대 매체로 재구성한다면,‘天! 숲 속 별천지’와 ‘色! 동그란 색깔’에서는 빛과 자연, 색과 형태라는 테마 아래 작품의 일부가 되어보는 인터랙티브 섹션을 연출했다. 마지막 ‘心! 내 마음 심쿵’에서는 기쁨과 사랑과 같은 감정을 나타내는 한자로 나와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내맘쏙>전의 체험 요소 <뿅망치 특공대: 십이지신전(十二支神戰)>은 브릭으로 구성된 가상 세계에서 팀 미션을 수행하는 두뇌 게임이다. 어린이의 협동심과 문제 해결 능력, 상상력을 자극한다.

갑빠오 개인전 <얼굴 쓱, 마음 톡> 전경 2025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마지막으로 발길을 옮길 곳은 갑빠오(1977년생)의 개인전 <얼굴 쓱, 마음 톡>.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를 넘나들며 인물의 얼굴에 담긴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는 일상의 사물을 예술적 소재로 확장한 130여 점을 공개했다. 밝은 색채와 귀여운 형상 이면에 숨은 ‘진짜 마음’을 이야기한다. 작품 속 얼굴들은 얼핏 유쾌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심하거나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즐거워 보여도 불쾌하지 않고, 행복해 보여도 불행하지 않을 뿐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딘가 모호한 표정은 기쁨과 슬픔, 불안과 행복처럼 늘 양가적인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우리 내면을 비춘다. 작품을 보면서 아이는 감정을 배우고 어른은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의도했다. 여기에 관람객은 도장과 자석을 이용해 자신만의 얼굴을 그려보거나, 엽서에 감정을 적어 ‘마음 우체통’에 넣을 수 있다. 우편은 전시가 끝나는 올해 3월에 발송될 예정이다. 잊고 있던 오늘의 마음이 훗날 선물처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