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 이주리 작가 인터뷰
2013 / 08 / 12
OCI YOUNG CREATIVES: 이우성, 이주리展
6. 5~26 OCI미술관
※ Art In Culture 2013년 7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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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우성(왼쪽) 이주리(오른쪽)
Art ‘꿈’의 이야기를 드로잉으로 옮긴 이유는?
이주리 이번 전시 <루시드 드림>은 직역하면 ‘선명한 꿈’으로, 자각몽을 의미한다. 자각몽이란 꿈을 꾸면서 그 사실을 인지하고, 꿈의 내용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꿈을 꾸기 전에 준비를 하고, 자신이 결정한대로 꿈을 꾸게 된다. ‘루시드 드림’이라는 온라인 카페가 있다.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꿈을 써서 공유하고, 꿈 일기를 공개하기도 한다. 나는 그 사람들을 실제로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욕망하는지는 알고 있다. 꿈의 파편을 조합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지만, 현실 도피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현실보다 더 생생한 현실을 그리려고 한다. 자각몽도 현실의 내가 꿈을 통제하고, 내가 없으면 꿈도 없다. 내 드로잉 작업에 특정 모티프가 반복되는데 특히 ‘종이배’를 여러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처음부터 특정 모티프를 의도하고 반복한다기보다는,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정의하기 시작한다. 종이배는 금방 사그라지고, 정체 없이 부유하는 특성을 가져 현대인의 허황된 욕망을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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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리 <마지막 도시> 캔버스에 아크릴릭, 펜 362×227cm 2013
Art 작품 속 모티프에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우성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들에는 내 개인적 경험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처음 만나는 작품 <무너진 가슴>(2013)은 아버지의 가슴팍에 대고 빵 반죽을 펴고, 칼집을 내고 있는 작품이다. 가족에 대한 고민은 내가 다루는 중요 주제 중 하나로, 죄책감, 책임감 등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전시장을 따라 들어가면 양쪽 벽에 전시된 <돌아가다 들어가다 내려오다 잡아먹다>(2013)는 총 15점으로 구성된 회화 연작으로, 잘린 팔과 귀, 눈알, 치아와 같은 파편화된 신체와 메모지 등을 책상 위에 놓고 떠난 모습을 형상화했다. 모든 것을 비우고 떠난다는 함축적 메시지를 담는다. <끝>(2013)은 내 안에서 얽혀서 풀리지 않는 지점을 표현한 작품으로, 자세히 보면 그림 한 가운데 마칠 종(終)자가 쓰여 있다. 겨울 동안 꼬인 매듭이 봄에 풀린다는 뜻으로,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녹아 있다. <나의 소원팔찌는 언제 끊어질까>(2013)는 내 기존 작업에 레퍼런스를 둔 모티프들을 모두 모은 것으로, 천 위에 정물처럼 그려 넣어 전시장 가운데에 걸개의 형태로 걸었다. 평면적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재료는 과슈를 사용했다. 디스플레이 중 우연히 창고문을 열게 돼, 그곳에 영상 작품을 설치했다. 작품과 함께 공간을 해석한 방식을 유심히 봐주었으면 한다.
Art 전시 구성에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이주리 나는 상상력을 이용해 내면의 공간을 드로잉으로 드러내는 데 관심이 있다. 현실에서 무엇이라고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남겨두는 것들을 드로잉으로 옮긴다. 2012년에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 <다크 판타지(Dark Fantasy)>에서는 공사장과 같은 일상적인 풍경과 파편화된 신체를 접합해 얼핏 기괴해 보이는 공간을 재현했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저서 《공간의 시학》에서 ‘내면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저자는 각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내면의 공간이 있고, 그것이 다양한 형상을 통해 시각화된다고 언급했다. 나는 ‘공사장’에서 내 내면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작품에서 공사장은 보이는 그대로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심리적 풍경’에 가깝다. 첫 개인전에서 나의 내면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나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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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나의 소원팔찌는 언제 끊어질까> 리넨에 과슈 315×230cm 2013
Art 작품 전반에서 유머러스함이 느껴진다.
이우성 2012년 갤러리175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 <불불불>에는 회화 작품 4점을 출품했다. 5미터 정도의 큰 작품이었는데, 짧고 굵게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인물들은 작품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고, 오브제는 불타고 있는 등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응집한 시위의 현장이 아니라,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진 내 또래의 개개인으로 이뤄진 군중의 모습을 그렸다. 그렇지만 너무 단선적으로 민중미술과 연결되어 읽히는 지점이 있어, 이번 전시에서는 유머나 블랙코미디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됐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전달방식이 조금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첫 전시에서는 나를 둘러싼 우리 세대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그 안에 있는 개인의 이야기로 범위가 좁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