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展
2011 / 01 / 09
2010. 11. 25 ~ 2011. 1. 20 국제갤러리(https://www.kukjegallery.com/)

박서보 <Ecriture(描法) No.071208> 캔버스에 한지와 혼합재료, 180x300cm, 2007
박서보는 1950년대 문화적 불모지였던 한국의 미술계에 추상미술을 소개한 작가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번 전시는 시대별로 선정한 50여 점의 작품을 3개 분야로 나누어 구획해, 보다 밀도 높게 작품의 변천사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1967년부터 1989년에 이르는 ‘전기묘법시대’의 작업들은 캔버스에 밝은 색의 물감을 바르고, 마르기 전에 연필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그은 선들로 이루어진 연작이다. 작가는 이 시기에 드로잉의 본질을 동양의 수묵화와 연결하는 ‘사유의 전환’을 이룩했다는 평을 받았다. 1996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에스키스 드로잉>은 회화가 지니게 될 치밀하고 정교한 내적 완결성을 보여준다. 작은 단위의 메모를 큰 방안지 위에 정교하게 수정하며 옮겨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석판으로 만든 방안지 위에 연필과 수정액, 펜으로 첨삭을 가하며 새기면서 공간의 깊이와 넓이를 조정해 나가는 ‘건축적인 밑그림’을 구성한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후기 묘법시대’의 작업들은 닥종이를 겹겹이 올린 화면 위에 제소나 물감을 얹어 종이를 적시고 먹을 부은 후, 손가락이나 도구를 이용해 종이를 밀거나 일정한 패턴을 내 화면의 물질적 존재감을 구현했다.
일련의 변화들은 ‘그리기는 자신을 갈고 닦는 수신(修身)’이라는 작가의 작업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부단히 그려가는 데서 시작해 다시 모든 것을 비워내는 데까지 나아가는 60여년의 작업 여정을 통해, 박서보의 변함없는 창작 투혼과 함께 한 작가의 원숙한 삶이 만들어 내는 깊이를 감상할 수 있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