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展
2011 / 04 / 22
시간을 담다
4. 20 ~ 5. 15 갤러리현대(http://www.galleryhyundai.com/kor/index.asp?SiteNum=2) 강남

김덕용 <봄봄-2> 나무에 단청기법 90.5 x 111cm 2009
김덕용은 나무로 작업한다. 나무에 단청으로 채색하고 자개를 붙이는 수작업으로 어머니와 누이, 참새와 달빛 등 관객의 마음속에 하나쯤 남아 있을 법한 아련한 추억들을 조심스레 불러들인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목수에 비유하며 목수가 다듬고 씨름해야 할 목재에 해당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기억’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상 속에 고요히 숨겨져 있는 여러 기호를 채집하고 다듬질하기 위하여 눈과 마음으로 언제나 시간여행을 한다.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관심을 두고 생명과 따뜻함을 불어넣는 것, 그 속에 내 작품은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불러낸 기억의 세계는 과거나 현재에 고착되지 않고 그 중간을 부유한다.

김덕용 <자운영2> 2010
<시간을 담다>전에는 향수를 자극할 만한 소재의 작품 50여 점이 출품된다. 커다랗게 펼쳐진 치마폭을 자개로 표현한 <자운영> 연작과, 문틈 사이로 단아한 모습을 비추고 있는 여인을 그린 인물화 <어머니>와 <누이>를 비롯, 차곡차곡 개어진 장롱 속의 이불, 문간에서 잠을 자는 강아지와 참새, 차고 으스러지는 달빛의 정경 등이 그것. 전반적으로 한국적이고 서정적인 풍경이 주를 이룬다. 이 중 나무를 책 형태로 깎아 만든 ‘책’ 연작이 눈에 띈다. 가로, 세로 각 1m가 넘는 작품 8점이 한 세트인 대작 <오래된 미래>는 책들이 빈틈없이 쌓인 누군가의 서재를 옮겨놓은 듯하다. 가까이서 보면 《몽실언니》, 《마지막 잎새》, 《주홍글씨》 등 작가가 어린 시절 읽었던 책 제목이 새겨져 있다. 누구나 알 법한 책은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김덕용 1961년 출생. 서울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에 작품 소장. 갤러리현대(2009), 이화익갤러리(2006) 등 다수의 개인전과 각종 단체전 참가.
02)519-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