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展
2011 / 04 / 22

매뉴얼의 복수
4. 21 - 5. 8 브레인팩토리(http://www.brainfactory.org/BK/ExhK/EXHIBITION.htm)
언제부턴가 미술계에서 ‘자가증식’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알 수 없는 무정형의 생명체가 화면 안에서 알을 까고 번식하듯, 동일한 운동이 반복되는 그림을 일컫는다. 이소정도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한국화를 전공한 이력답게 한지에 부드러운 색과 선을 사용한 점이 두드러진다. 작업과정 또한 흥미롭다. 작가의 무의식에서 반복되는 이미지의 부분을 취해, 기계의 부품을 다루듯 화면 위에서 조립했다. 이때 그가 객관적 지표로 참고한 것은 보슈(bosch) 드릴 매뉴얼. 오른쪽으로 돌리시오, 왼쪽으로 돌리시오, 화살표 방향으로, 주의하시오, 재생하시오, 잠시 멈추시오 라는 여섯 가지 매뉴얼 부호를 기초로 다음 그림의 단초를 제작한다. 그러나 이것은 완성이 아니다. 곧 즉흥적인 선이 등장해 상황에 개입하면서 작가는 ‘매뉴얼의 복수’를 경험한다. 기계적인 과정과 대조적으로 형체가 지닌 살색과 연분홍빛은 인체실험실을 연상시키며 작품에 기묘한 분위기를 더한다.
이소정 1979년 출생. 이화여대 한국화과 졸업. 서울대 동양화과 대학원 수료. 2006~2007 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제5기 입주작가. 갤러리2(2009)와 금호미술관(2007)에서 개인전, <As If You Know>(베를린, Ando Fine Art, 2010), <Privacy>(대안공간루프, 2009) 등 국내외 단체전 참가.
02)725-9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