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라 부스틸, 가면 뒤에 감춰진 권력의 쟁탈전
카를라 부스틸展
A Change of Tongue
2014. 9. 25~11. 26 스페이스K 서울(http://www.spacek.co.kr/display/view.asp?refer=ing.asp&idx=106&p=1)
남아공에서 태어나 현재 옥스포드에서 거주 중인 카를라 부스틸(Carla Busuttil)은 영국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대학 졸업 후 런던으로 이주한 작가의 영국왕립미술원 석사과정 졸업 전시에서 찰스 사치가 그의 출품작 13점을 모두 구입해 주목받았다. 한국 첫 개인전을 맞아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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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출신 옥스퍼드 거주 작가 카를라 부스틸
Art 2012년 런던의 신진 작가를 조명했던 스페이스K의 〈Creative London〉전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출품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CB 작품 경향에 있어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내 관심사는 학창 시절 이후로 변함없이 힘의 정치학, 권력 관계의 변화, 권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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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mpom Possession> 캔버스에 유채 200×200cm 2014
Art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됐던 1994년에 작가는 12살이었다. 그 과도기를 겪었기 때문인지 남아공 태생의 백인이라는 정체성이 작업에 두드러진다.
CB 당시 남아공에서는 화장실은 물론 모든 것이 인종에 따라 분리됐다. 그러나 아이들은 복잡한 정치적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그 상황을 받아들일 뿐이다. 어른이 되고 보니 행복했던 어린 시절은 모두 거짓이었고 당시 사회는 타락해 있었다. 결국 모든 것에 대해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야 했다. 전시 제목 〈A Change of Tongue〉처럼 1994년을 기점으로 이데올로기, 권력, 마음가짐, 태도는 물론 언어의 서열까지 전부 변해 버렸다. 하지만 이는 남아공만의 역사는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곳에서 이러한 중심의 이동과 전환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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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inoes, Dice, Shells and Coins> 캔버스에 유채 50×50cm 2014
Art 작품에 인물 형상이 많이 등장하는데 실제 누군가를 염두에 두는가?
CB 출품작 중 〈The Wife〉만 특정 인물을 다뤘다. 이 작품 속 여성은 짐바브웨 대통령이자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다. 나는 그가 국가의 분열 및 부패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고 가시적이지 않은 주변 인물의 영향력, 그리고 권력에 작용하는 외부의 힘에 주목했다. 그 외에는 모두 마스크를 쓴 익명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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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hange of Tongue> 캔버스에 유채 100×100cm 2014
Art 작품의 상징적 내용보다 색감, 질감, 양감 같은 회화적 요소가 먼저 강하게 다가온다.
CB 대상의 정체성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보다는 색과 형상 등이 우선이다. 특히 직관적인 색, 회화가 전달하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기 위해서다. 미술이 정치적 소재를 다룰 수는 있지만 특정한 정치적 아젠다를 직접 제시하는 순간 무너져 내린다. 그래서 ‘애매모호함’을 즐긴다. 이 모호성으로 인해 권력 투쟁에 대해 더욱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형상을 통해 ‘대안적 리얼리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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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라 부스틸, 더 스태틱 핸드(The Static Hand) <The Credo> 비디오 5분 19초 2014
Art 이번 개인전에서는 비디오 작품을 선보였다. 거의 회화만을 고집했는데 비디오 매체의 어떤 특징에 매료됐는지.
CB 2년 전부터 사운드아티스트이자 작곡가인 남편과 함께 비디오 작업을 시작했다. 내 작업에서 두 매체는 상호 작용한다. 가령 영상 작품 〈Credo〉에 등장하는 인물은 다른 회화 작품에도 등장하며, 영상 속 사운드와 샤먼의 목소리는 실재하지 않는 회화 작품 속 세상의 분위기를 이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