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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로,수백개의풍경으로만든중층적풍경화

2014/11/13

수백 개의 풍경으로 만든 중층적 풍경화
2014. 10. 1~31 윤향로展 인사미술공간

작가 윤향로의 개인전 〈Blasted (Land) scape〉가 열렸다. 작가는 교과서나 도안집 등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이미지를 가지고 작업해 왔다. 이번에는 《슬램덩크》, 《은하철도999》 등 대중만화에 사용된 동작선, 스파크 등만을 남긴 수백 개의 레이어를 중첩시켜 새로운 개념의 풍경화를 선보였다. 만화책 속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의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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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1층전시장에서의작가윤향로

Art 만화의 주인공 같은 핵심 요소가 아닌 주변적인 이미지에 주목한 이유는?
윤 이번 전시에 앞서, 미국 만화책 출판사 DC코믹스의 책 표지 이미지에서 주인공과 제목 등을 제거하고 풍경만 남긴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어떤 상황을 재현하는 등장인물을 제거하여 그 상황에서 남겨진 ‘풍경’만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 줄 수는 없을지 고민했다. 만화를 택한 이유는 각 장면이 도식적인 움직임으로 구성돼 있어서 주변적인 요소를 포착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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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1-785〉 잉크젯 프린트 21×15cm 2014

Art 작품에 차용된 개별 이미지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
윤 어렸을 적 TV애니메이션을 볼 때 배경을 유심히 관찰하면 간혹 사물의 색이나 모양이 갑자기 변하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셀 위에 그린 여러 장면을 겹쳐 촬영하는 ‘셀 애니메이션’ 기법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장면에서 등장인물이 무엇을 만지고 변화시킬지 배경을 통해 먼저 알 수 있었다. 이번 작품 속 요소들도 인물의 행동과 연관된 것 혹은 인물 간의 관계에서 비롯한 것이다. 특히 땀이 가장 많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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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sted(Land)scape》16.5×24cm2014

Art 디자이너 홍은주, 김형재와 협업해 300페이지 분량의 데이터 도판을 담은 드로잉북도 발간했다.
윤 전시 작품이 모두 잉크젯 출력물인데 인쇄 매체를 다뤄 본 적이 없어 디자이너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 책에는 총 2,652개의 레이어가 사용됐다. 각각의 작품 제목 뒷부분에 쓰인 숫자가 해당 작품에 쓰인 레이어의 수를 뜻한다. 여러 만화책을 한 장씩 평판 스캔해서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모두 지운 뒤 본래 판형을 유지한 채 레이어들의 순서를 뒤섞어 가면서 마치 산수화 같은 풍경화를 제작했다. 원본이 아닌 스캔본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인쇄용 이미지에 사용되는 300dpi가 아닌 1,200 내지 2,400dpi 이미지로 작업했다. 인쇄용지에 따라 결과물도 달라지는데 이번 전시 작품은 배경이 더 하얗게 보이도록 표백된 종이를 사용했다. 또한 피규어처럼 한 작품을 본래 크기에서 100배 단위로 500배까지 확대해서 같은 데이터가 크기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실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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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미술공간2층전시장전경

Art 전시장 2층의 두 영상 작품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윤 둘 다 드로잉북에 실린 모든 이미지를 한 장씩 순서대로 보여 준다. 다만 한 영상은 한 페이지의 각 요소들이 축적되는 모습을, 다른 영상은 그 개별 요소를 하나씩 보여 준다. 사실 인사미술공간 2층은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으나 모두 커튼으로 가리고 ‘남은 공간’인 복도에만 작품을 설치했다.

Art 다음 전시 계획은?
윤 오는 12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젊은 모색〉전에서 GIF 파일을 모아 만든 영상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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