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대전2014: 더 브레인展
2014 / 12 / 07
과학도시 대전, 예술로 새로운 도약 모색
프로젝트대전2014: 더 브레인展 11. 21~2015. 1. 8 대전시립미술관 외 3곳

샘슨 영 〈I am thinking in a room, different from the one you are hearing in now (Homage to Alvin Lycier)〉 뇌파 사운드 퍼포먼스 2011 ⓒ Samson Young
장르의 크로스오버, 융복합적 사고는 우리 시대의 모토가 됐다. 미술과 과학의 만남은 어떨까? 두 분야는 이미 르네상스 때부터 상생하며 위업을 이뤘지만, 점차 과학 기술의 발전 양상이 시대의 첨단을 달리면서 긴밀한 공조 관계를 취하기 어려워졌다. 대전시립미술관이 2012년 출범한 격년제 국제예술행사 〈프로젝트대전〉은 이 서먹해진 두 분야 사이에 다리를 놓고자 한다. 대전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나유미는 “격년제 행사지만 비엔날레를 표방하지 않고 과학 분야의 ‘프로젝트’ 성격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비엔날레 열풍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장르 특성화는 물론 지역 정체성 확보로 승부수를 던진 것. 올해 2회는 ‘과학도시’ 대전의 특성을 더욱 적극 활용한 양상을 보였다. 전시에 앞서 국가수리과학연구소, 한국원자력/천문/기계/전자통신연구원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공동으로 행사를 추진했으며, 현재 내후년 행사를 위해 국립중앙과학관과 협업을 추가로 논의 중이다.

캐서린 도슨 〈Memory of a Brain Malformation〉 3D 레이저 식각 유리 14×23×9.5cm 2006 ⓒ Katharine Dowson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GV Art Gallery London
이번 행사에는 총 9개국 출신 작가 50인(팀)이 참여했으며, 대전시립미술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KI빌딩, DMA창작센터, 대전스카이로드 등 도시 전역으로 사이트를 확장해 대전 대표 미술행사의 입지를 굳혔다. 첫 회 주제인 ‘에네르기(Ener氣)’를 통해 동서양의 에너지 개념을 탐구했다면, 제2회는 ‘더 브레인(The Brain)’이라는 주제를 내세워 과학과 예술을 잇는 매개로서 ‘뇌’를 조명한다. 전시는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가장 큰 규모로 시립미술관 전관에서 열린 〈인간의 뇌, 제2의 자연〉전에서는 첨단 기기를 활용한 작품이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몇몇 작가는 뇌전도측정장치(EEG)를 활용해 오프닝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미국 작가 리사 박은 EEG로 수집한 뇌파를 물이 담긴 48개의 스피커로 전달해 수면을 진동시켜 ‘물 꽃’을 만들며 SF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중국의 사운드아티스트 샘슨 영은 EEG를 착용한 채 연주하는 첼리스트의 뇌파를 소리로 즉각 전환해 동시 협연을 선보였다. 뇌파의 강도가 변하면서 내는 웽웽거리는 굉음이 전시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미국 작가 션 몽고메리 & LoVid의 작품이 설치된 큐브 안에서는 관객이 직접 EEG를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뇌파의 진동에 따라 빛의 점멸 빈도와 소리의 강도가 달라지는데, 프레스투어 중 큐레이터 이보경이 작품 설명을 중단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을 정도로 가시화된 뇌파의 위력은 막강했다. 과학 기술력으로 무장한 작품 외에도 오윤석의 회화 연작 〈감춰진 기억〉이나 최면의학을 소재로 한 김기라의 〈이념의 무게_한낮의 어둠〉과 같이 인간의 의식과 기억을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한 작품도 이색적이다. 카이스트 KI빌딩에서 열린 두 번째 주제전 〈인공의 뇌, 로봇은 진화한다〉는 송호준, 신승백+김용훈, 이부록, 이해민선 등 작가 16명과 카이스트 연구자 4명이 함께 참여해 로봇의 움직임, 감각, 생각, 표현 등을 특성화한 작업으로 구성됐다.

채미현 & Dr. Jung 〈Echo Daytime〉 혼합재료 800×300×50cm 2006~2012 ⓒ 채미현 & Dr. Jung
〈프로젝트대전〉의 실험이 국내 미술 지형도에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예술의 접점에서 첨단 기술의 접목뿐 아니라 작업 구상 단계부터 양측의 스킨십이 활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행사는 DMA창작센터의 과학예술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아티스트프로젝트〉. 강호연 이선희 등 작가 6명(팀)과 박사 및 연구원 16명(팀)이 함께 했다. 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각 참여 작가의 작업 방향에 따라 적합한 연구자를 매칭하는 방식이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직접 실천하며 장차 〈프로젝트대전〉의 영역을 넓힐 산실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과학 인프라를 토대로 ‘대전발 르네상스’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