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다른 방식의 O展
2015 / 01 / 19
함께 항해하는 다른 방식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다른 방식의 O展 2015. 1. 14~2. 14 두산갤러리(http://www.doosangallery.com/seoul/works.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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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식의 O〉 전시 전경 2014
2011년부터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 지원해 온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프로그램이 네 번째 결과를 선보인다. 2014년 프로그램에 선정된 큐레이터는 김소영, 박보람, 박은지. 이들은 〈다른 방식의 O〉라는 제목으로 오디너리피플, 장서영, 장파, 최윤석, 한받과 함께 전시를 진행한다. 여기서 ‘O’란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연대만을 강조하는 기성 공동체와는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다른 방식’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개인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익숙한 젊은 큐레이터들이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쉽지 않다. 3명의 큐레이터와 5명(팀)의 작가로 구성된 이 공동체는 과연 원만한 형태의 ‘O’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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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너리피플 《탁구공》 종이에 프린트 5x16cm 2015
2005년에 결성된 디자인 스튜디오 오디너리피플은 다른 참여 작가들과 기획자, 외부 필자와 함께 제작한 잡지 《탁구공》을 출간했다. 이 잡지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배출한 첫 결과물로, 탁구공을 치듯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음을 암시한다. 장서영의 〈영원히 반복해서 익사하는 곰 이야기〉에는 북극곰의 탈을 쓴 배우가 등장한다. 배우는 관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지만, 대사를 틀리거나 특정 규칙을 위반할 시 경고음이 울려 반복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작가는 이 연극을 통해 개인을 구속하는 사회 시스템을 지적한다. 이처럼 암울한 현실의 단면은 장파의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밤 도로 위를 끝없이 달리는 자동차의 영상을 담은 〈Boundlessness〉는 마치 젊은 세대의 현실을 은유한 듯하다. 불분명한 방향과 알 수 없는 목적지, 그리고 불안하게 어두운 풍경. 한편, 전시장에는 이 먹먹한 분위기 위로 최윤석의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죽은 자를 애도하는 동시에 산 자를 위로하는 장송곡처럼, 최윤석은 경쟁 사회에서 도태된 개인에게 합의를 통해 이뤄진 앙상블을 선사함으로써 이들을 달래주고자 한다. 두 사람이 손바닥을 부딪치는 소리, 호루라기 소리, 휴대폰 타자 두드리는 소리 등을 편집, 반복해 만든 이 장송곡은 애틋하면서도 경쾌한 멜로디로 흘러나온다. 공동체 삶의 구체적인 사례는 한받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한받은 직접 개조한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연을 해 온 인디밴드 가수다. ‘야마가따 트윅스터’, ‘아마츄어 증폭기’로도 활동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구루부 구루마 언익스펙티드 리얼라이제이션〉이라는 손수레 설치작품과 현장 공연을 기록한 영상물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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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받 〈구루부 구루마〉 퍼포먼스 2013 Photo by 우에타 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