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의 침묵展
2015 / 01 / 19
침묵의 순간과의 조우
플로베르의 침묵展 2015. 1. 7~2. 24 갤러리스케이프(http://www.skape.co.kr/wp/exhibitions/current/?lang=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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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근 〈Dreams of Building-10〉필름, 플라스틱 64×139×79cm 2002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소설에서 상세한 설명이나 묘사를 거부하며 문학에 쓰이는 언어 자체를 실험한 작가로 평가 받는다. 〈플로베르의 침묵〉은 플로베르가 당대의 소설 경향에서 벗어나 언어의 침묵을 탐구한 것에 착안해 기획된 전시로, 시각적 화려함이나 명료함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개인을 에워싸 온 침묵의 배경을 살피고자 한다. 특히 이 전시는 어렴풋하거나 숨겨져 있던 의미들이 드러나는 순간에 주목한다. 과거의 기억, 사라진 존재를 위한 애도와 관계된 그 찰나의 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침묵의 시공간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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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영 〈깃발〉 소금, 깃발, 모터, 형광등, 블라인드 가변크기 2012~13
이번 전시에는 고명근, 김승영, 유영진, 이혜승 총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회화나 사진 같은 평면작품은 지상 전시실에, 부피가 큰 설치작품은 주로 지하 전시실에 설치됐다. 고명근은 〈building〉 연작을 선보인다. 필름지에 투명하게 인화한 사진으로 구성된 이 사진조각은 작품 이면에 내재한 사색의 세계를 조명한다. 소금으로 만든 언덕에 작은 깃발을 꽂은 은 작품은 김승영의 〈깃발〉이다. 작가는 새벽녘의 시공간을 미세하게 되살리는 푸른 조명을 사용해 전시장에 새벽의 고요와 침묵을 선사했다. 유영진은 재개발 사업으로 폐허가 된 건물을 촬영하고 그 위에 아세톤을 묻혀 사진을 번지게 만드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미 사라진 공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 작업은 현존과 부재를 관조하며 사라져 가는 존재의 희미한 목소리에 접근한다. 이혜승의 〈무제〉 연작은 감정 분출을 자제한 채 담담하게 실내풍경을 그려낸 회화작품이다. 관객은 이를 보면서 마치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에 혼자 머물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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